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오면 빗 길을 걸어라.
갈대숲에 검은 가슴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을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거리에 인적도 드물어진 시간,
가슴이 먹먹해져 밖으로 나왔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그 비를 다 맞고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으며, 또 얼마나 걸어야 할까...
어디까지 가야하며, 왜 걷고 있는가...


울지마라...

그래, 외로우니까 사람이지.
사람이니까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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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 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

언제 어디서나 항상 변함없이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마음 따뜻한 이가 곁에 있으면 좋겠지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늘 혼자여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본질이기에
우리가 느끼는 고독, 외로움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겠지요.

시인의 말처럼 찻잔처럼 따뜻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런 그리움, 외로움이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모든 게 이대로 머물 수도 있어.
아마 파울라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홀로 하늘에 떠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내려올지 몰라.
어쩌면.
하지만 인생이란 종종
눈송이와 같지.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돌며
언제까지나 바닥에 내려앉지 않을
것처럼만 보이는.

사실은 이래.
어떤 눈송이든 언젠가는
땅에 떨어져.
알고 보면
삶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따분한 시간들도 어느 날
따분하지 않게 돼.
외로움이 짐을 꾸려 자기가 살던
거친 들판으로 돌아가게 되면.
 
           - '파울라 날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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