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이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얹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오늘이 1944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돌아가신 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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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리스와 함께 16강행을 다퉜던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이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목표했던 16강에 올랐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이어 두번째였고, 원정 최초의 16강진출이었다.

 

16강에 오른 대표팀은 남미의 강호 우르과이와의 한판 승부를 펼쳤다.

A조에서 개최국인 남아공, 유럽의 강호 프랑스, 멕시코와의 경쟁에서 2승 1무, 5득점 무실점으로 16강에 오른

우르과이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전반 초반 어의없이 실점을 하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열심히 뛰었던 대표선수들...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우리축구대표팀은 후반전에 더욱 강한 압박과 우월한 조직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우르과이를 몰아붙였다.

 

끝내 터져나온 이청용 선수의 헤딩 동점골! 스코어는 1-1,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아, 이 순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8강에 갈 수 있을거라고 

다시 2002년의 기적이 시작될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후반 35분 우르과이의 골게터 수아레즈의 결승골이 터진다.

 

 

전후반 90분 내내 한국은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들은 언제나 우르과이의 편을 들어줬고,

경기 스코어는 2-1, 한국의 패배로 끝이났다. 

그리고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의 행진도 16강에서 멈췄다.

 

 

너무나 아쉬운 한 판 승부였기에 지칠줄 모르고  그라운드에서 뛰던 선수들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목이 터져라 뛰고 소리지르며 응원하던 대한민국 국민들도 함께 눈물 흘렸다.

 

 

그렇게 2010년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 축제는 끝났다.

월드컵 매 경기마다 펼쳐진 대표팀의 땀과 열정의 드라마, 그 짜릿한 승부와

전국 곳곳에서 100만명이 넘는 길거리 응원전, 그 감동의 붉은 물결...

 

 

우리는 해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바로 그곳까지 달렸다.

그리고 끝내 이겼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달릴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이룰 것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맑은 물


             나기철


세수를 했는데
잊고
또 세수물을 받았다


물을 내리며
두 손을 깍지 낀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

무심코 별 것 아니라고 돌아섰던 일이
느티나뭇가지에 걸려버린 연처럼
내내 마음에 걸려 있어


돌아오는 길
발걸음도 무겁고


괜시리 쳐다 본 하늘
너무 맑고 푸르다.


그래...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저 놓아 주면 그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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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오세영


지상에서나 하늘에서나
멀리 있는 것은 별이 된다.
멀리 있으므로 기억이 흐린,
흐려서 윤곽이 선명치 않는 너의
이,
목,
구,
비,
강 건너 반짝이는 불빛, 혹은
대숲에 비끼는 노을 같은 것,
사랑은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아름다운
안개꽃이다.
지상에서 천상으로 흐르는 은하
한 줄기.
...................................................

 

멀리 있는 것은 별이 된다.
사랑은 안개꽃이다.
멀리서 바라보아야만 아름다운...


멋진 표현이지만 슬프다...
저 은하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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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길 1


                        신용선


아무 탈 없이
그대에게 가기 위해
키가 넘는 곳은
들여다 보지도 않았네.


미끄러운 곳에서는 미끄러지면서
시간이 들어도 도는 길은
돌았네.


아무 다친 데 없이
그대에게
가기 위해


어느 누구와도
깊은 약속을
하지 않았네.

.....................................................................

 

며칠 전부터 왼손 집게 손가락이 아프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단다.

그런데 내 손가락은 아프다.

 

조금 움직여도 욱신거리고,

내가 좋아하는 기타를 치려고 해도 아프다.

그래서 마음도 좀 상한다.

 

그래, 세상엔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리 많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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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나태주


비 개인 아침 숲에 들면
가슴을 후벼내는
비의 살내음.
숲의 샅내음.


천 갈래 만 갈래 산새들은 비단 색실을 푸오.
햇빛보다 더 밝고 정겨운 그늘에
시냇물은 찌글찌글 벌레들인 양 소색이오.


비 개인 아침 숲 속에 들면
아, 눈물 비린내. 눈물 비린내.
나를 찾아오다가 어디만큼 너는
다리 아파 주저앉아 울고 있는가
.............................................................

 

이른 새벽 창밖 풍경이 희미하다.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이렇게 부옇게 창문 가득 적시며 비 흩뿌리는 날,
바깥 풍경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오랜만에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느라 잠시 분주하다.
메마른 땅위에 빗방울 톡톡 떨어지며 먼지내 솔솔 풍기는 음악,
가슴 한 켠 아련하게, 비릿하게 젖어드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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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1차전 그리스 전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강호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치고

첫승을 챙겼다.

빠른 스피드와 적극적인 밀착 협력수비로 초반부터 중원을 완전 장악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공수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그리스를 완전히 압도했다.

 

 

우리 대표팀의 값진 첫골은 수비수 이정수에게서 터져나왔다.

그리스 우측 코너 부근에서 이영표가 얻어낸 파울로 프리킥이 주어졌다.

기성용이 낮고 빠른 킥으로 골문으로 가깝게 올렸고, 그리스의 밀집된 수비선수들의 머리를 지나 넘어온 공을

오른쪽 골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정수가 빠르게 수비 앞쪽으로 자르고 들어가며 인사이드킥으로

가볍고 침착하게 골문안으로 밀어넣었다.

전반 7분에 터진 이 선제골은 경기 전체 분위기를 다소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끊임없이 그리스의 문전을 위협했다.

 

 

전반 내내 한개의 슈팅에 그쳤던 그리스의 빈공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변변한 공격 찬스 한 번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그리스는 전반 7분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중앙 수비수 빈틀리 선수가 자신에게 온 패스를 살짝 옆으로 흘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 공을 하프라인 부터 달려들어가며 낚아 챈 박지성 선수가 상대 수비 두 명의 결사적인 저지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파해 내며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수비수의 마지막 태클을 가볍게 뛰어넘고는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오는 골키퍼의 반대편 골문쪽으로 대각선 슈팅을 날려

천금같은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다.

 

 

스코어는 2-0, 이 골로 사실상의 승부는 끝이 났다. 공격 선수교체를 하며 추격전에 나선 그리스는 몇 차례

우리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조용형, 이영표, 이정수 등의 우리 수비라인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롭고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그리스는 결국 수비와 공격의

거리를 좁혀 효율적인 공격 패턴을 취해보지도 못한 채로 맥없이 주저앉으며, 월드컵 출전 4패째를 기록했다.

 

 

 

우리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참으로 대단한 경기였다.

역대 월드컵에서 열린 대표팀의 경기 중 가장 뛰어난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경기 내내 아주 편안하고 즐거워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제 1승 승점 3점을 챙겼다.

 

사실은 이제 시작이다.

목표했던 원정 16강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넘어야 한다.

두 팀의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개인기와 순간적인 폭발력이 매우 좋은 팀이다.

남은 두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축구의 저력을 확인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GK:
Vincent Enyeama (하포엘 텔아비브, 이스라엘)
Dele Aiyenugba (브네이 예후다, 이스라엘)
Austin Amamchukwu Ejide (하포엘 페타흐, 이스라엘)
 

DF:
Joseph Ikpo Yobo (에버튼, 잉글랜드)
Taye Ismaila Taiwo (마르세유, 프랑스)
Daniel Olusola Shittu (볼튼, 잉글랜드)
Uwa Echiejile (스타드렌, 프랑스)
Ayodele Adeleye (스파르타 로테르담, 네덜란드)
Chukwudi Odiah (CSKA 모스크바, 러시아)
Rabiu Afolabi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MF:
Nwankwo Kanu (포츠머스, 잉글랜드)
Dickson Paul Etuhu (풀럼, 잉글랜드)
John Michael Nchekube Obi (첼시, 잉글랜드)
Sani Haruna Kaita (알라니아, 러시아)
Atanda Ayila Yussuf (디나모 키에프, 우크라이나)
Kalu Uche (알메리아, 스페인)
Haruna Abdulkarim Lukman (AS 모나코, 프랑스)

 

FC:
Yakubu Aiyegbeni (에버턴, 잉글랜드)
Chinedu Obasi Ogbuke (호펜하임, 독일)
Obafemi Akinwunmi Martins (볼프스쿠르크, 독일)

Victor Nsofor Obinna (말라가, 스페인)
John Utaka (포츠머스, 잉글랜드)
Peter Osaze Odemwingie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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