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son Browne - Running on Empty [1977]

 

1. Running on Empty
2. The Road
3. Rosie
4. You Love The Thunder
5. Cocaine
6. Shaky Town
7. Love Needs A Heart
8. Nothing But Time
9. The Load-Out
10. Stay

 

오늘 13년만에 가장 깨끗한 하늘이었단다.

런 날은 시원스레 고속도로를 달려 어디론가 훌쩍 떠나도 좋았을 것이다.
바로 그럴때 함께 들으면 더없이 좋은 앨범이
있다.

 

Jackson Browne의 <Running on Empty>

 

미국 포크록 음악의 대표격이자 Sing A Song Writer이며, 피아니스트 겸 기타리스트인

Jackson Browne은 1948년 독일 하이델베르그에서 태어나, 1951년 부모님의 고향인 L.A.로

이주하여 성장하게 된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72년 데뷔 이후 매년 앨범을 발표하면서 그의 음악적 역량을 펼쳐나간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우울증으로 76년 자살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시련을 겪기도 한다.


 

 

 

<Running on Empty>는 바로 그 이듬해인 1977년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해서 발표한

앨범으로 대표곡인 'The Load-Out/Stay' 를 비롯, 'Running on Empty' 'Shaky Town' 등

수많은 명곡들이 수록된 포크록 명반중의 명반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세를 탔던 노래 'The Load-Out/Stay'는 그가 음악 투어를 다니면서

줄곳 느껴야만 했던 외로움과 낯설음, 아릿한 슬픔들을 가사와 악보에 고스란히 옮겨놓아

그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단 한 트랙도 흘려들을 수 없을만큼 단단하게 잘

다져진 최고의 음반이다.

 

 

그의 2008년 앨범 <Time The Conqueror>

 

잭슨 브라운도 어느새 60대 중반의 노인이 되었다. 

바로 이 앨범 사진을 보고나서야 그의 적지않은 나이를 다시 생각해 봤다.

아직도 그의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젊은 날의 상념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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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다.

벌써 그가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지 1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떠날 떄까지 아무 말도 없던, 아무 말도 못하던 그 주변 사람들...

그가 가고 나니 어지간히 할 말이 많았던지 책도 무쟈게 많이 나와있다.

 

  

 

 나는 아직은 그와 관련된 그 어떤 책도 읽고 싶지 않다. 그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설사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글과 말일지라도...

 

 그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낸 이 땅의 백성들은 앞으로도 많은 반성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 한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던 이 나라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진보를, 민주주의를 말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마디 말 밖에는 못하겠다.

 

  

'부디 좋은 곳으로 잘 가셔서 모든 것 다 잊고 편히 쉬시라고...'

 

 

    

 

 분위기 바꿔보자...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의 우리 대표선수들, 그 영웅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를 얼마나 감동하게 해 주었던지...

 그 중에서도 가장 엣지있게(?) 우리를 감격케 했던 주인공이 바로 우리의 김연아 아닐까...

 그녀의 책 '김연아의 7분 드라마'도 베스트 반열에 올랐으니, 그녀의 인기는 참으로 대단함 그 자체이다.

 

 월드컵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눈에 띄는 관련 책이 없어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싶었는데,

 역시 우리의 호프, 우리 축구 대표팀의 대들보 박지성의 책,  '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가 인기몰이 중!

 

 사실 두 권 모두 맘만 먹으면 서점에 서서 후다닥 읽어내려갈 수 있는 정도의 책이다.

 예전에 홍명보 선수의 책이 그랬듯이... 그냥 좋은 내용의 책이다...ㅎ.ㅎ... 

 내용이야 어찌됐든... 표지 하나만큼은 예술임을 인정한다.

 연아 언니랑 박지성의 사진을 보면서 홀딱 정신줄을 놓았다가 하마터면 나도 돈을 주고 살 뻔했다. (-_-;;;)

 

  

 요, 두 권!! 괜찮다... 중간중간 보기만 했지 아직 끝까지 다 보지 못하긴 했지만...

 오, 삘이 팍 오는 책이었다.

 

  

 

표지사진이 예술인 '수업' 은 현재 활동중인 중견 혹은 신진 시인,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특별한 수업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우리 문학을 이끌어가는 시인과 소설가 18명이 '수업'을 테마로 쓴 에세이를

감성적인 흑백 사진 24점과 함께 엮어낸 감성포토에세이집이다.

 

그리고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

우선 목차를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 수 있으니, 좌악 내려 써보면...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그렇다... 한마디로 죽음을 앞 둔 이들이 죽기전에 후회하는 이야기들을

담담한 어조로 일목요연게 잘 정리한 책이다.

요고요고요고... 잘 실천하면 죽으면서 후회가 반으로 줄게 되려나 ...^.^...

 

별로 진지하지 않게 휙~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고, 덮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책이었다.

 

워낙 4-5월이 정신없이 지나서, 막상 손에 잡고 제대로 읽어낸 책을 꼽아보니 참... 없다.

그 사이 또다시 책장에 읽지 않고 그냥 꼽힌 책들이 무수하다. - 대체로 수집가들이 그렇다고 한다... -_-;;;

이제 속도를 좀 내서 좌르륵 훑어내야겠다.

 

 

 암튼 난 이 말 참 좋다.

'사람 사는 세상'

 

그런 날이 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오는 6월 2일에는 반드시 온 동네 사람들 모두 동원해서

투표하러 갈거다.

 사 랑

 

                김초혜


소리를 내면 깊은 강이 될 수 없다

..........................................................................................................

1964년 등단한 후로 연작시 '사랑굿' '어머니' 등으로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다.

 

'사랑굿' 이라는 연작시는 총 183편으로 일단락이 된다.

'감정의 수많은 단층으로 쌓인 체험을 한 편의 시로 끝낼 수 없어... ' 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녀의 수십년의 삶에 대한 말이 켜켜히 쌓여 길이길이 남을 연작시를 이루어냈다.

 

물론 시인의 노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소설가 조정래씨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의 시는
사람과 삶과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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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9


                   김초혜


내가 먼저 사랑한 사람
먼저 잊게 해주오


목까지 자란 그리움을
거짓말처럼 잘라낸 후
이제 남루를 벗고 싶으오


그대 도리질의 이유는
헤아려도 추측할 길 없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리라면
없어져 그리움이고 싶으오


끝내 분할이 안 되어
내 몫이 없을
불꽃이라면
뼈가 운대도
비겨 잊으리다


그대여
기침과 심술은 그만
하나의 별만을 빛나게 할
꽃등(燈)을 켜들고
남몰래 숨어서
몇 천 겁(天劫)을

 

사랑굿 10


내 한숨 바람 되어
그대 목에 감기어들면
그게 난 줄 알아
모른 체 비켜 주요


살을 베어 살을
벌지 못하듯
물이 피가 될 리 없겠지마는
잊은 마음 전혀 없어
바람이려오


몇 천 년을 살려고
그대 나의
기쁨이어서는
아니 되오


허리 묶인
홍사(紅絲) 풀어내고
나도 그대의
꽃이 되고 싶으오


돌을 심어 싹이 나도
아니 오시겠오
바람 불면
멀어 있는
달로 오시게.
......................................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사랑의 열정도 사그라들어
이젠 자취도 없다.


그저 그 아련한 느낌만 남아

가슴 한켠 공허를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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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7


              김초혜


갇히어도 가리
열락(悅樂)인 너에게
내 생의 제일로
깨끗한 날
수식 대신
걸망한 누더기 걸치고
외쪽발인 체
단숨에 달아가리


집착 않고
이별 없이
서로 비쳐
함께 적시는
둥지 만들리


허공에 피어
열매 맺지 않고
한 발자국도 오지 않으며
내게 무너져 오는
혹시나 그대

 

사랑굿 8


그대 만남이
어두운 시간의
빛이었다면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그대 마음을
가슴에 묻어서
등불 만들고


불멸로 지은
오막집
옳은 듯 빗나간 듯
기둥 세우고


부러진 축(軸)을
가질 수도
버리지도 못해
무릎을 꿇으며
연습은 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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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5


                 김초혜


모른 채하는
사람 옆에서
목숨 하나
진실히 울고 있다


보이지 않음인지
못 본 체했음인지
시침을 떼도
끝이 없는 빛줄기를
지울 길 없어


마음을 달래어
허울로 온 것을
밀어도 다가서려는
진실이라 믿으마


얼굴도 심장도 없네
성한 모습 무너진 것
부끄런 줄 모르고
어쩌다 선연한 눈물이라


당신이 찾을 때까지는
먼 등불로
비밀한 늑골 하나
숨이 차도
모른 채 있으마.
 

사랑굿 6


제가 저를 괴롭히는
마음이라는 것
목도 조이고
혀도 되어서
죄의 큰 그물을 엮어
뿌리를 먼저
삭게 한다


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게
크게 빛내이고 싶다


태울 듯 불 붙을 듯
멍에 멘 마음에
그대 넘나들지 마시고
더러 생각나거들랑
가다가 멈추어 서서
못 잊는 내 허물
탓하지나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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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뉴미디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깨달은 게 있다. 기술과 사회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기술이나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소멸하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사회적 형성'이라는 관점으로 한국사회를 살펴보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우선 "우린 이런 거 왜 못 만드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보자. 최근 들어 정계와 재계의 지도자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닌텐도의 게임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윗분들'의 훈계 속에 양념처럼 들어가기 시작한 '유행어'기도 하다.
 
당사자가 의도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기술과 사회의 관점에서 '우린 이런 거 왜 못만드냐'는 물음은 상당히 전복적인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는 왜 이 꼴이냐'고 묻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는 그가 몸담은 조직과 그 조직을 포함하고 국가 모두를 의미한다.
 
   
애플 사의 오랜 모토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평가 받는 애플의 저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훈이다. 위계적인 기업의 문제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윗사람'의 생각이라면 특히 더.
ⓒ Apple
 
 
못 만드는 이유?
 
결론부터 말해 보자. 흔히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한다. 이 상황에 정확히 부합하는 말이다. '이런 거 왜 못 만드느냐'고 묻는 것은 질문자가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만들자'고 말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모두 지도자들이다. 조직에서 가장 강한 권력과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사람들 말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거 왜 못 만드냐'고 묻는 지도자가 많을수록 그걸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낮아진다.
 
두 번째는 이런 질문을 태연히 던질 수 있게 하는 위계적 사회구조다. 위계 사회에서 '왜 못 만드냐'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질타이고 추궁이며 명령이다. 여기서 자신의 책임은 빠져있다. (자기는 방법을 모르지만) '어떻게든 만들어 내라'고 요구하고 있을 따름이다. 
 
위계적인 조직일수록 소통은 막혀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직된 소통구조 속에서 창의력이 꽃 피기를 바라는 것은 '우린 왜 못 만드냐'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다. 그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조직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을만큼 위계적이고 경직되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게 두 번째 답이다.  
 
봉건적 위계사회의 비극
 
애플이 동기가 된, '이런 거 왜 못 만드냐'는 질문은 사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 물음은 반성과 각성에 가까웠다. 왜 애플같은 회사가 일본에서는 태어날 수 없었느냐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혁신과 첨단기술의 대명사가 된 나라에서 말이다. 그 쟁쟁했던 소니, 도코모, 토요타의 일본에서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주목할만한 답변마저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나왔다. 2008년 2월 25일자 <뉴스위크>가 '애플이 일제가 아닌 이유'를 설득력 있게 분석한 것이다. 크리스찬 캐릴 기자는 "창의력의 빈곤은 일본의 독특한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수직통합된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위계적 경제환경에서는 융통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위계적 조직에서는 반대가 불가능하다. 반대가 불가능한 곳에서 창의적 사고도 불가능하다. 창의성은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위계적 기업문화가 재계를 넘어 정치, 교육, 문화의 모든 영역까지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가 단일 기업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본 주식회사(Japan Inc.)'로 전락한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반대가 불가능하면 밖에서 반대를 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언론이, 대학이, 정부가 말이다. 그러나 이들마저 기업조직의 일부가 되고 나면 창의력이 발휘될 여지는 사라지고 만다. '회장님' 좋아하는 언론이나,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는 사회와 기업 모두에 해가 될 뿐이다.
 
하물며 정치 지도자가 '국가 CEO'를 자임하거나, 기업이 대학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나라에서 희망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업으로서의 애플이 갖는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애플은 변함 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 공개자료
 
애플과 인문학의 관계
 
현재 한국 교육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는 '통폐합'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예컨대 음악과 미술 수업을 '통폐합'하고 (이런 '창의적 발상'이 가능한 나라에서 아이폰이 안 나온 게 놀라울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5분으로 '통폐합'하고, 대학 전공을 "사회 변화의 요구에 따라" 절반 수준으로 '통폐합' 하겠다는 것이다.
 
쉬운 말로 하면, '노는 시간'을 없애고, '돈 안 되는 전공,' 즉 인문학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 뒤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승인과 지지가 있다. 정부는 이런 '교육개혁'을 주도하면서 '창의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야심찬 "한국형 스티브 잡스 양성계획"도 나왔다. "탈락시스템에 따라 3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 10명 안팎의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선발할지 모르지만, 대단한 '스펙'을 갖춘 실력자들이 몰려들 게 틀림 없다(조롱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지원해도 탈락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어쩌나. 스티브 잡스는 한국 정부가 그렇게 없애고 싶어하는 두 골칫거리의 산물이니 말이다. 바로 '인문학'과 '노는 시간'이다.
 
지난 1월,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아이패드'를 선보인 날이었다. 그는 애플 사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표지판 사진을 보여주었다.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판이었지만, '길 이름'이 독특했다. 서로 엇갈린 두 개의 표지판에는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Technology)'이라고 쓰여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의미를 설명했다.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입니다.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해 왔지요."
 
   
미국의 대학에서 인문학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인문/예술/사회과학 프로그램 웹사이트. "위대한 사상이 세계를 바꾼다"는 표어가 보인다. 하프를 연주하는 사진 오른쪽에 "컴퓨터는 음악이론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음악과 컴퓨터 기술을 접목시킨 최신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 MIT
 
'미국식 교육'의 중심은 인문학
 
'미국식 교육'을 잘 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식 교육을 '돈 되는 실용교육'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역과 규모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학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 같이 뛰어난 인문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첨단 기술연구로 알려진 매사추세츠 공대(MIT)는 훌륭한 철학, 언어학, 문학, 예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문학과 사회과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
 
미국 대학의 전통은 크게 두 축이 있다. 연구중심 종합대학과 학부 중심의 인문대학이 그것이다. 인문학은 종합 연구대학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 불리는 학부 중심 인문대학에서 더욱 큰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도 콜럼비아 대학으로 옮기기 전 '옥시덴탈 칼리지'라는 학부 인문대학을 다녔다. 비록 한 학기만에 그만 두기는 했으나, 스티브 잡스가 다녔던 '리드 칼리지'도 학부 중심 인문대학이었다. 그는 청강으로 들었던 서예수업을 '생애 최고의 수업'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생애 최고의 선택'으로는 '학교를 때려 치운 것'를 꼽았지만 말이다(게다가 대학 졸업 축사에서 이 말을 했다).
 
미국 대학이 '리버럴 아츠'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는 것은 뭘까? 크게 세 가지다.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 비판적이고 윤리적 사고, 분야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교양.
 
미국에서 인문교육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실무 지식이나 실용적 기술'의 반대 의미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싫어하는 것들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인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불온 교육'을 성공 비결로 내세운 것이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리드 칼리지. 학부 중심으로 인문학적 교양을 가르치는 미국적 전통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 가운데 하나다. 스티브 잡스는 이 학교를 한 학기 동안 다닌 후 자퇴했다.
ⓒ 공개자료
인문학, 왜 중요한가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실용주의가 발달했다는 미국에서 왜 '돈 안 되는' 교육이 대접을 받는 것일까?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돈만 되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문학 교육은 '고전 교육'이다. 고전(classic)이란 세월이 흘러도 의미를 잃지 않는 인류의 성과물을 말한다. 실무용 지식과 기술은 하루가 멀다고 변하지만, 소통능력, 비판능력, 윤리의식, 보편적 교양의 가치는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문학적 기초가 있는 사람은 실무 지식도 쉽게 배운다. 쉽게 배울 뿐 아니라, 제대로 배운다. 제대로 배울 뿐 아니라, 그 지식을 올바로 쓸 줄 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교육을 투자에 비유한다고 하자. 당신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디에 투자하겠는가? 
 
지금 한국의 기업과 정부와 대학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실무적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소통능력, 비판능력, 윤리의식, 보편적 교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장하는 '대안'은 죽어가는 인문학을 뿌리까지 없애고 그 자리에 단편적인 실용지식과 기술을 채워 넣는 것이다.
 
인문학적 교양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인문학에 존경심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미래 경쟁력의 토대인 창의력까지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문학적 비판 능력은 '남과는 다른 생각,' 즉 창의력의 토대가 된다. 인문학이 강조하는 윤리의식은 배려와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게 해 준다. 한국에서 애플이 나올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다. 
 
   
<와이어드>지는 2009년 6월호 표지기사를 통해 소셜 미디어 혁명을 다루면서 '신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협력과 공유 운동이 경제모델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와이어드>는 이 새 경제모델을 "신 신경제(New New Economy)"라고 이름 붙였다.
ⓒ Wired
 
경쟁교육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유치원생이 영어공부 하느라 놀 시간이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단다.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아파트 난간에서 몸을 던진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단다. 자본주의는 경쟁체제이고, 경쟁을 권장해야 '선진 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초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국가 지도자가 '선진 인류국가'와 '선진국 문턱'을 말할 때마다 내 입에서는 이런 무엄한 소리가 흘러 나온다.
 
"젠장, 그 문턱은 길기도 하다…."
 
유치원 시절에 듣던 '선진국 문턱' 이야기를 중년이 다 되어서까지 듣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장담컨대, 내 생전에 한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비관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가 말하는 '선진국'은 다가서면 사라지는 신기루다. 당나귀 머리 앞에 달아놓은 당근. 주인을 태운 당나귀는 당근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걷지만, 죽는 날까지 당근을 입에 대지 못한다. 그 당근은 새 당나귀의 머리에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내 비관론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정부가 말하는 '경쟁교육'은 이미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쟁 교육은 나누고 배려하는 사람을 배출하지 못한다. 한국식 경쟁 교육에서 앞서가는 '비결'은 빼앗고 감추는 것이다.
 
그러나 리눅스, 위키피디아, 플리커, 앱스토어, 트위터, 페이스북의 성공에서 보듯, 뉴미디어 시대에서는 '나눔'과 '배려'가 새로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와이어드>는 이처럼 협력에 기반한 미래의 공동체 경제를 '신사회주의(New Socialism)'라 부른다. 내가 나누면 남도 나눌 것이고, 공동체는 번영하게 된다.
 
모든 것을 떠나서, 서로 밟고 밟히는 곳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이것이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고,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이유다. 아이폰을 왜 못 만드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다간 '한국형 잡스'나 '선진 일류국가'보다 사회 붕괴가 먼저 찾아올 것 같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창의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구체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실리콘 밸리의 탈위계적 전통이 어떻게 뉴미디어 기업들 특유의 '장난기(playfulness)'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 유희 문화가 어떻게 소비자들을 사로잡는지 다룬다. 이 맥락에서 '잘 노는 것'이 왜 국가 경쟁력을 위해 중요한지를 말할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그래픽 인터페이스'처럼 쉽고 대중 친화적 기술과 '사악해지지 말자'는 윤리적 접근이 미국 뉴미디어 산업을 지배하게 된 배경을 살펴 본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사회와 기업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다룰 계획이다.
출처 :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글쓴이 : 한솔수북(김병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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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굿 3


               김초혜


잊어버리자 해도
여러해살이 종기처럼
전신 발열을 일으키는
시들지 않는
나의 전체


그대 허락지 않은 땅에
피로 거른 눈물로
꽃을 피우는
헛된 영혼의 나들이


너는 나의 칼
원하면 원할수록
치사량(致死量)의 피가 흐르고
가면 가는 만큼
물러서는 그대
살아 못하면
죽어 하리라는
순백의 눈물도 되는
나의 가엾음.

 

사랑굿 4


나는 너에게
누가 알면 큰일나는
겹도록 감추어 둔
비밀이고 싶다


종일을 숨어
그대 생각해도
마음 한금 건드리지 못하고
가난하고 약해지는
뚝 뚝 눈물이 되는 버릇


남은 살 몇 점
더 태워
뼈인 발목 절룩이며
울고 섰는데
거울 앞에 서지 않는
너의 피곤한 미혹(迷惑)


그대
숨막히는 냉정함의
절대한 그리움을
주저앉히진 못할지라도
가거든 아니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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