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갑작스럽게 할머니의 부음을 들었다.

그래도 건강하셨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진주에 도착하니 한밤중이었다.

만만치 않은 장례준비를 했고, 그런대로 장례를 치러낼 수 있었다.

할머니의 유지대로 아버지가 계신 오대산으로 모셨다.

할머니,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세요.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의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내 젊은 날의 한 모퉁이에서
난 천재 시인 '이상'에 푹 빠져있었다.


그의 한 줄의 노래는
내 아픔이 되었고
내 노래가 되었으며
내 이상이 되었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니 답답한 인간임을...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거울 속에 난 미소를 잃었나봐...
  이건 내가 아니야....
  이렇게 슬픈 얼굴은 내가 아니야...
  거울 속에 나......'


'거울 속에 나' 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기묘한 분위기의 얼터네이티브 곡이었는데
이 곡을 써놓고 어지간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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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세


                                      맹문재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난 술집에서 
싸움이 났다
노동과 분배와 구조조정과 페미니즘 등을 안주 삼아
말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개새끼들, 놀고 있네
건너편 탁자에서 돌멩이 같은 욕이 날아온 것이다


갑자기 당한 무안에
그렇게 무례하면 되느냐고 우리는 젊잖게 따졌다
니들이 뭘 알아, 좋게 말할 때 집어치워
지렛대로 우리를 더욱 들쑤시는 것이었다
내 옆에 있던 동료가 욱 하고 일어나
급기야 주먹이 오갈 판이었다


나는 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다행히 싸움은 그쳤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굽실거린 것일까


너그러웠던 것일까
노동이며 분배를 맛있는 안주로 삼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일까


나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싸움이 나려는 순간
사십세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

 불혹(不惑)이다.
공자님은 논어에서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
라고 사십세를 이야기 했다.

그래야 겠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너그럽게 넘겨야 하고,
가볍게 잊어야 하고, 쉽게 이해해야 겠지.

그래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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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沈阳棋盘山冰雪节

해마다 겨울이면 기반산에서는 얼음,눈축제를 가진다.

올해는 작심을 하고 초나흗날에 놀러가보았다.

TV에서 소개가 너무 화려했었는데 기온탓인지 여기저기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보기가 좀 ...

 기축년이니 소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힘차게 영각을 하고 있다.

 

年年有余   余--鱼가 동음이므로 물고기로 풍족하고 여유로움을 기원한다. 

아래는 여러가지 얼음조각상들 

 

 

 

 

얼음미끄럼틀  

눈과 얼음을 산처럼 쌓아올려 여러가지 볼거리를 준비했다.

여러가지 놀이시설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단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또 기온이 높아 1월 11일에 개장한것이 스무날도 안돼서 녹아내리는것이 좀 안타까웠다.

특히 얼음조각상들은 큰 얼음덩이들이 떨어져 위험해보였다. 

 

출처 : 백양나무 우거진 아름다운 숲
글쓴이 : 백양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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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바로크 걸작전 - 북유럽 르네상스 회화의 대향연

기간 : 2008년 12월 10일 - 2009년 3월 13일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이 시대의 진정한 참 어른이셨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어젯밤 선종하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기만 합니다...

 

고인을 추모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서시

 

               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줄의 글이

더 가슴 깊이 박힐 때가 있다.

 

멋진 촌철살인의 시(詩)이다.

시란 이래야하는 것처럼,

시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좀 엉뚱하지만 누군가 이 시에 덧글을 달았다.

'내 몸은 흠집이 많다.

 너무 마을과 가깝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내 몸이 여전히 성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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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둔치


                              김왕노


그리운 이름이 있어 한강둔치에 나가 봐라
도강을 꿈꾸는 것들이 소리 없이 모여 시퍼렇게 우거져 있다
낡은 이름표 마저 잃어버린
쇠비름, 바랭이, 씀바귀, 민들레, 김씨, 이씨, 박씨로
때로는 무릎 반쯤 물에 잠긴 갈대로
그렇게 오래 동안 도강을 꿈꾸며 살고 있다
잠잠해지는 물 비늘 사이로 그리움을 투망질해 올리며
저들 도강의 꿈 더 무성해지고 있다
한해살이풀로 또는 여러해살이풀로 신발이 벗기도록 발 돋음해
강 건너로 바람에 실어 보낸 씨앗들
어느 하나 무사히 닿았다는 기별도 없이 결국은 강물에 휩쓸려 가

버린 날들
도강은 물위를 걷는 기적 뒤에 오는 법인가
어떤 기적이 일어나기에 너무 어수선한 세상
강 건너 편을 바라보는 가슴엔
길어내고 길어내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그리움
아직 저 강 건너 편에도
도강해오지 못한 등불이 밤마다 반짝이며 살고 있다
밤마다 불빛만 애타게 강물에 풀어놓으며 살고 있다
세월이 저렇게 거친 강물로 흐른다 해도
결코 접어버리지 않는 도강의 꿈이
밤이면 강물 속에 가만히 발 담가 보며 살고 있다
그럴 때마다 강물은
몇 번 몸 더 뒤척이다 시퍼렇게 멍들어 흘러가는 것이다

.........................................................

무엇이 그리워 잠 못드는가?

무엇 때문에 저 강을 건너려는가?

 

강물은 흐르고, 그 강물처럼 세월도 흘렀다.

모든 것은 그렇게 흘러가 기약조차 없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직 저 강을 건너지 않았다는 것,

저 강을 바라보며 여기 서 있다는 것,

내 가슴속엔 아직 접어버리지 못한 꿈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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