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와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스페이스 회원의날 (진광불휘&조은사람&커즈)  (0) 2013.01.07
Shape of my heart, C'est La Vie  (0) 2012.11.27
우울한 편지  (0) 2012.11.13
일산  (0) 2012.09.26
기차와 소나무  (0) 2012.09.11

망각

 

                        김영랑


걷던 걸음 멈추고 서서도 얼컥 생각키는 것 죽음이로다
그 죽음이사 서른살 적에 벌써 다 잊어버리고 살아왔는디
왠 노릇인지 요즘 자꾸 그 죽음 바로 닥쳐온 듯만 싶어져
항용 주춤 서서 행길을 호기로이 行喪을 보랐고 있으니


내 가버린 뒤도 세월이야 그대로 흐르고 흘러가면 그뿐이오라
나를 안아 기르던 산천도 만년 하냥 그 모습 아름다워라
영영 가버린 날과 이 세상 아무 가겔 것 없으매
다시 찾고 부를 인들 있으랴 억만영겁이 아득할 뿐


산천이 아름다워도 노래가 고왔더라도 사랑과 예술이 쓰고 달금하여도
그저 허무한 노릇이어라 모든 산다는 것 다 허무하오라
짧은 그동안이 행복했던들 참다웠던들 무어 얼마나 다를라더냐
다 마찬가지 아니 남만 나을러냐? 다 허무하오라


그날 빛나던 두 눈 딱 감기어 명상한대도 눈물은 흐르고 허덕이다 숨 다 지면 가는 거지야
더구나 총칼 사이 헤매다 죽는 태어난 悲運의 겨레이어든
죽음이 무서웁다 새삼스레 뉘 비겁할소냐마는 비겁할소냐마는
죽는다 ---- 고만이라 ---- 이 허망한 생각 내 마음을 왜 꼭 붙잡고 놓질 않느냐


망각하자 ---- 해본다 지난날을 아니라 닥쳐오는 내 죽움을
아 ! 죽음도 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허나 어디 죽음이사 망각해질 수 있는 것이냐
길고 먼 世紀는 그 죽음 다 망각하였지만
.......................................................................................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이 흘러 갈수록
새로운 만남보다는 이별이 잦고
시작보다는 마무리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도는 게 일상인 것 같지만
실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화한다.


지나버린 시간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명시 감상 4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 여승(女僧)  (0) 2012.11.28
김사인... 깊이 묻다  (0) 2012.11.28
나희덕... 벗어놓은 스타킹  (0) 2012.11.15
이상국...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0) 2012.11.05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0) 2012.11.02

벗어놓은 스타킹

 

                              나희덕


지치도록 달려온 갈색 암말이
여기 쓰러져 있다
더 이상 흘러가지 않을 것처럼
 

생의 얼굴은 촘촘히 그물 같아서
조그만 까그라기에도 올이 주르르 풀려 나가고
무릎과 엉덩이 부분은 이미 늘어져 있다
몸이 끌고 다니다 벗어 놓은 욕망의
껍데기는 아직 몸의 굴곡을 기억하고 있다
의상을 벗은 광대처럼 맨발이 낯설다
얼른 집어 들고 일어나 물속에 던져 넣으면
달려온 하루가 현상되어 나오고
물을 머금은 암말은
갈색 빛이 짙어지면서 다시 일어난다
또 다른 의상이 되기 위하여
 

밤새 갈기는 잠자리 날개처럼 잘 마를 것이다
...............................................................

입김도 서릿발처럼 엉겨붙을 것 같은 날
하늘은 그리움 한 조각 찾을 것도 없이
시리도록 푸르다.


텅 빈 하늘 그 공간에
어떤 것도 덧칠되어 있지 않아서 시리다.


아까부터 시려오던 볼은
까마득히 지나쳐
이미 얼어붙은 어느 시간
마룻턱에서 술취한 아비에게
고막이 터지도록 맞은 따귀 때문이었고,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오는 귓바퀴는
지금 저 하늘처럼 푸르던 어느 날
살벌한 한기가 뼛속까지 저미던 겨울 밤
박박머리의 청년이
발가벗겨진 채로 연병장을 굴렀던 때문이었다.


어느 새
낙엽이 한 두께 쌓인 바닥을 걷어 보면
한 생애 푸르렀던 것들 모두
버석거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오늘은 버석거리는 낙엽들을 한 자루 긁어 모아
마음껏 태워 볼 양이다.

'명시 감상 4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사인... 깊이 묻다  (0) 2012.11.28
김영랑... 망각  (0) 2012.11.21
이상국...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0) 2012.11.05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0) 2012.11.02
오규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0) 2012.11.01

http://afbbs.afreeca.com:8080/player.swf?uid=ilsankilim&nTitleNo=2747400

 

'통기타와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ape of my heart, C'est La Vie  (0) 2012.11.27
Michelle, Oh my love, I started a joke  (0) 2012.11.27
일산  (0) 2012.09.26
기차와 소나무  (0) 2012.09.11
몸부림스,조은사람-Why Worry, Dust In The Wind, C'est la vie Medley  (0) 2012.09.11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이상국


봉평에서 국수를 먹는다
삐걱이는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한 그릇에 천원짜리 국수를 먹는다
올챙이처럼 꼬물거리는 면발에
우리나라 가을 햇살처럼 매운 고추
숭숭 썰어 넣은 간장 한 숟가락 넣고
오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국수를 먹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
또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에 앉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국수 마는 아주머니의 가락지처럼 터진 손가락과
헐렁한 티셔츠 안에서 출렁이는 젖통을 보며
먹어도 배고픈 국수를 먹는다
왁자지껄 만났다 흩어지는 바람과
흙 묻은 안부를 말아 국수를 먹는다
.......................................................................

어디론가 떠나는 길,
그 길 위, 일상의 풍경이 새롭게 혹은 낯설게
다가서고 또 지나간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던 길 위에선
내 그림자를 만나는 일도 흔치않다.


용기는 바닥에 붙은 발바닥을 한걸음 떼는 일이라던데,
이 자잘한 용기조차 호기롭게 부려보지 못했다.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플라타너스
꼭 한 뼘씩의 여유로움을 선사하며 멀어진다.


사뿐히 차 창문을 내리고
손을 뻗어 가볍게 인사를 건낸다.
잠깐 다녀오마 하고...

'명시 감상 4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랑... 망각  (0) 2012.11.21
나희덕... 벗어놓은 스타킹  (0) 2012.11.15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0) 2012.11.02
오규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0) 2012.11.01
이해인... 가을 편지  (0) 2012.10.31

집은 아직 따뜻하다

 

                              이상국


흐르는 물이 무얼 알랴
어성천이 큰 산 그림자 싣고
제 목소리 따라 양양 가는 길
부소치 다리 건너 함석집 기둥에
흰 문패 하나 눈물처럼 매달렸다


나무 이파리 같은 그리움을 덮고
입동 하늘의 별이 묵어갔을까
방구들마다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입은 사람들 어른거리고
이 집 어른 세상 출입하던 갓이
비료포대 속에 들어 바람벽 높이 걸렸다


저 만리 물길 따라
해마다 연어들 돌아오는데
흐르는 물에 혼은 실어보내고 몸만 남아
사진액자 속 일가붙이들 데리고
아직 따뜻한 집


어느 시절엔들 슬픔이 없으랴만
늙은 가을볕 아래
오래 된 삶도 짚가리처럼 무너졌다
그래도 집은 문을 닫지 못하고
다리 건너오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

오해와 갈등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데,
결국 나를 세우고 발길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시는 건 하나님.
그 가르침.


내 행복에 집중한다는 건
하나님이 원하심을 행하려 애쓰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찾는 것이 구도(救道).
그 물음에 답을 찾는 것이 삶.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무엇을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이 있었던가?
나그네 가는 길.


무엇을 얻으려 되돌아간다 한들 그것이 얻어지는가?
이미 지나 온 길.


자연은 신을 비추는 거울,
스스로 그러한 것에 무엇을 더 더하려 하는가?


삶의 시선 그리고 영혼의 향기...
언젠간 자연스럽게 되길 바라본다.
나도 당신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