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가는 길, 잠시
신용목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는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
지나가는 시간,
지나가는 풍경,
지나가는 사람...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이
멈춘 채, 몇 줄의 글로 빼곡히 박혀있다.
기억조차 희미한 시간, 공간, 그리고 이름들...
나는 어떻게 그 곳에 혹은 그들에게 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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