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도권에서만 산 지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거센 바람은 처음이었다.

베란다 창문이 터지기 직전까지 휘었고... 사방에 무엇인가가 날아다니고 동네 한 켠에선 불이 번졌다.

그일이 있고 일주일 후...

우연히 내다 본 창밖 뒷산의 풍경...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손을 댈 수도 없어, 가지가 모두 부러진 채로 이리저리 흩어져 쓰러져 있는 나무...

참, 새삼 그떄의 공포가 떠오른다...

늙은 첼로의 레퀴엠


                             강미영


몸 안으로 팔도 구겨 넣고
다리도 쑤셔 넣는다
음악이 된다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남자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제 살 뜯어내며
케이스 안에 갇혀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다리 사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귀들
달팽이 의자에 앉힌다
현의 여자
활의 여자
뼈를 깎고 사는 허리 잘룩한 자웅동체
불두덩 더듬거리며
날마다 수음하는
꿈을 꾼다


그 남자는 첼로
케이스 안 낡은 방에서
오늘도 음악 같은
수음을 한다
..................................................

내 감각의 발정을 달래기위해 행해왔던
수음의 횟수가 늘어가고
말초신경이 무뎌져 가면서
더 이상 발기되지 않는 내 몸...


탄력없어진 피부에 묵은 때처럼 쌓여가는
편견, 고정관념 그리고 독선...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이제는 감각적인 것에서 풀려나는 것.
감정의 묵은 때, 관념의 껍질을 계속 벗겨내야 하는 것.
더 이상 늙어가지 않는다는 것.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정란... 화목 (火木)  (0) 2010.10.27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0) 2010.10.18
이근우... 찬바람이 불면  (0) 2010.10.11
윤동주... 참회록  (0) 2010.10.04
이선명... 종이비행기  (0) 2010.09.28

찬바람이 불면


                          이근우


가을엔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같이 느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가을엔
가슴을 터놓고 쌓인 얘기를
서로 부담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그립습니다.


가을엔
밫바랜 추억도 더듬어 보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받쳐들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을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고
찬바람 불면 낙엽지는 소리에
더욱 공허한 마음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

어쩌면 저 하늘은 저리도 빨리
파란색으로 가을 옷을 갈아입는지...


어쩌면 저 황금 벌판은 저리도 빨리
누런 황금색 물이 드는지...


어쩌면 저 가녀린 억새는
허옇게 세버린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서글프게 섰는지...


수 십년을 마주치는 가을 바람이건만
오늘은 왜 자꾸만 가슴이 시려오는지...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0) 2010.10.18
강미영... 늙은 첼로의 레퀴엠   (0) 2010.10.12
윤동주... 참회록  (0) 2010.10.04
이선명... 종이비행기  (0) 2010.09.28
이재무... 남겨진 가을  (0) 2010.09.17

 

 

우리 딸이 분주하게 제 방을 들락거리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살짝 들어가 봤더니...

책상에 토끼를 포함한 곰돌이 가족의 점심상이  근사하게 차려져 있는게 아닌가?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하는 동요가 절로 생각나는 분위기...

 

바둑돌로 밥 해놓고, 팥, 콩, 양배추, 미역 등이 동원됐다...ㅎ.ㅎ...

귀여운 녀석...

'탁이네 아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는 모습...   (0) 2011.02.23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기...  (0) 2010.12.23
언제 저렇게 컸지?  (0) 2010.09.10
그리스전, 그 즐거웠던 응원의 추억  (0) 2010.07.20
안경을 쓴 딸  (0) 2010.07.20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열 몇 살의 어린 소년에게 그의 시는
한 단어, 한 단어, 한 줄 한 줄이 모두 감동이었다.

그의 노래에 취해 난 반드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후로 스물 몇 해가 더 지났다.


그 동안 모든 것이 변했다.


그 소년은 세상을
젊은 시절 요절한 시인보다 더 오래 살았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며,
그의 노래를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어느 흐린 가을 날,
한 천재 시인의 글을 다시 읽는다.
다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종이비행기

 

                       이선명


종이를 접어 날리는 습관이 생겼다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종이 접어
그대도 바라보고 있을 저 하늘에
그대를 꿈꾸며 나를 보낸다


그대의 마음 가에 닿지 못하고
금세 내 그리움 속으로 곤두박질 치는
기운 사랑만을 쫓아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 눈물
저 나약한 비행기가 그녀에게 갈 수 없음을 나는 안다


하지만 사랑이란 포기 할 수 없는 절망
오늘도 나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종이 접어 그대에게 날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은 오직 이것뿐
깊어 가는 마음만 하늘을 날아간다

......................................................................

끝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어느 가을녘 하늘,
그 푸르름이 끝없이 넓고 깊어
투명에 가깝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하늘
그 어디에도 날아가는 것들의 자취조차 없다.


모두 빠져들었다.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우... 찬바람이 불면  (0) 2010.10.11
윤동주... 참회록  (0) 2010.10.04
이재무... 남겨진 가을  (0) 2010.09.17
김기택...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0) 2010.09.17
김경미... 엽서, 엽서   (0) 2010.09.01
[동영상]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 우승 시상식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0926102237731

출처 :  [미디어다음] 스포츠 
글쓴이 : 미디어다음 원글보기
메모 :

젊었을 때는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 100배에 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돈이 없네...


나이가 들었을 때는
돈이 모아졌겠지만
돈으로 살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거의 사라져 버린 상태이지...


이것이 인생이라네...

 

                                 - 마크 트웨인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