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수 있는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
오랜만에 집까지 찾아온 친구, 마주 앉아 한 잔 한다.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펼쳐놓고 쫓기는 일상과 팍팍한 인생 이야기를 안주 삼아 한 잔 또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했다.
미칠 것 같은 날 꽃 피어 이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봄날 세상의 가시들이 다 내게로 향하는 것 같은 이 황홀함 내 안의 가지들엔 물 오르지 않고 나는 내 삶을 너무 둥글게 만들었네 오래된 노래들이 거리를 흘러 나는 되도록 먼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 가네 그대는 없고 나무들 저 검은 몸 속에 어떻게 저리 희고 푸른 색들을 숨겨 두었을까 봄날은 깊어 그대 멀리 있는 나는 알겠네 지난 날 그대의 껍질만 보아온 것을 ...................................................................
진작에 이 향그런 흙내음을, 진한 봄 꽃 향기를 마음껏 맡아보았더라면, 제겨 딛고 거두기도 힘들게 지친 발걸음 옮겨 옮겨 그 먼 길을 비틀거리고 헤메지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저토록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으면, 화려한 꽃 잔치에 넉넉한 마음자락 휘날리며 한바탕 춤이라도 어울리게 추어보았을 것이다.
When I am dead,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I shall not see the shadows, I shall not feel the rain;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Sing on, as if in pain: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hat doth not rise nor set,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사랑하는 이여, 내가 죽거든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세요. 장미꽃도, 그늘 드리우는 사이프러스 나무도 제 무덤 머리 맡엔 심지 말고, 비와 이슬 흠뻑 머금은 푸른 잔디만 제 무덤 위에 자라게 해주세요.
그리고 마음이 내키신다면 절 기억해주세요 잊어버리신다해도 할 수 없지요.
나무 그늘도 보지 못하고 비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슬픔에 젖은, 나이팅게일 새의 노래도 듣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른 채, 황혼을 지나 꿈속에서...
어느날 우연히 당신을 기억해 낼지도 그냥 잊어버릴 지도 모르죠.
....................................................................................... 또 한사람과 갑작스레 이별해야 했다. 하나뿐인 자식 앞세워 먼저 보내야하는 노인의 통곡소리는
곧 숨을 멈출 듯 아슬아슬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더듬고 있었다. 작은 단지에 반도 못 채운 생, 허연 분가루통을 안고 화장장을 나서는 길엔 그 보다 더 할 것도 없고
덜 하지도 않은 애통한 이별이 줄을 이었다.
기억하거나
잊어버리거나 아무런 상관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길을 가만 가만 돌아 내려온다.
크게 소리내어 웃거나 떠들지 않는 것, 약간의 눈물을 보태는 것, 다시 뒤돌아보지 않는 것, 마지막으로 잘 가라고 기도해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