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굿 7


              김초혜


갇히어도 가리
열락(悅樂)인 너에게
내 생의 제일로
깨끗한 날
수식 대신
걸망한 누더기 걸치고
외쪽발인 체
단숨에 달아가리


집착 않고
이별 없이
서로 비쳐
함께 적시는
둥지 만들리


허공에 피어
열매 맺지 않고
한 발자국도 오지 않으며
내게 무너져 오는
혹시나 그대

 

사랑굿 8


그대 만남이
어두운 시간의
빛이었다면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그대 마음을
가슴에 묻어서
등불 만들고


불멸로 지은
오막집
옳은 듯 빗나간 듯
기둥 세우고


부러진 축(軸)을
가질 수도
버리지도 못해
무릎을 꿇으며
연습은 고만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초혜... 사랑  (0) 2010.05.19
김초혜... 사랑굿 9, 10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5, 6 (두 편)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3, 4 (두 편)  (0) 2010.05.17
김초혜... 사랑굿 1, 2 (두 편)  (0) 2010.05.17

사랑굿 5


                 김초혜


모른 채하는
사람 옆에서
목숨 하나
진실히 울고 있다


보이지 않음인지
못 본 체했음인지
시침을 떼도
끝이 없는 빛줄기를
지울 길 없어


마음을 달래어
허울로 온 것을
밀어도 다가서려는
진실이라 믿으마


얼굴도 심장도 없네
성한 모습 무너진 것
부끄런 줄 모르고
어쩌다 선연한 눈물이라


당신이 찾을 때까지는
먼 등불로
비밀한 늑골 하나
숨이 차도
모른 채 있으마.
 

사랑굿 6


제가 저를 괴롭히는
마음이라는 것
목도 조이고
혀도 되어서
죄의 큰 그물을 엮어
뿌리를 먼저
삭게 한다


자르고 베어도
잊힐 리야 없을
그대 향한
나의 마음
어둠인 듯 감추었다가
흔들림 없게
크게 빛내이고 싶다


태울 듯 불 붙을 듯
멍에 멘 마음에
그대 넘나들지 마시고
더러 생각나거들랑
가다가 멈추어 서서
못 잊는 내 허물
탓하지나 마시라.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초혜... 사랑  (0) 2010.05.19
김초혜... 사랑굿 9, 10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7, 8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3, 4 (두 편)  (0) 2010.05.17
김초혜... 사랑굿 1, 2 (두 편)  (0) 2010.05.17

사랑굿 3


               김초혜


잊어버리자 해도
여러해살이 종기처럼
전신 발열을 일으키는
시들지 않는
나의 전체


그대 허락지 않은 땅에
피로 거른 눈물로
꽃을 피우는
헛된 영혼의 나들이


너는 나의 칼
원하면 원할수록
치사량(致死量)의 피가 흐르고
가면 가는 만큼
물러서는 그대
살아 못하면
죽어 하리라는
순백의 눈물도 되는
나의 가엾음.

 

사랑굿 4


나는 너에게
누가 알면 큰일나는
겹도록 감추어 둔
비밀이고 싶다


종일을 숨어
그대 생각해도
마음 한금 건드리지 못하고
가난하고 약해지는
뚝 뚝 눈물이 되는 버릇


남은 살 몇 점
더 태워
뼈인 발목 절룩이며
울고 섰는데
거울 앞에 서지 않는
너의 피곤한 미혹(迷惑)


그대
숨막히는 냉정함의
절대한 그리움을
주저앉히진 못할지라도
가거든 아니오기를.
.............................................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초혜... 사랑  (0) 2010.05.19
김초혜... 사랑굿 9, 10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7, 8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5, 6 (두 편)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1, 2 (두 편)  (0) 2010.05.17

사랑굿 1

 

                       김초혜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나의 눈물이 당신인 것은
알면서도 모르는 채
감추어 두는
숨은 뜻은
버릴래야 버릴 수 없고
얻을래야 얻을 수 없는
화염(火焰) 때문임을 압니다


곁에 있는
아픔도 아픔이지만
보내는 아픔이
더 크기에
그립고 사는
사랑의 혹법(酷法)을 압니다


두 마음이 맞비치어
모든 것 되어도
갖고 싶어 갖지 않는
사랑의 보(褓)를 묶을 줄 압니다.

 

사랑굿 2


우리도 섞어서
울리어 보자
이지러진 마음일랑
홀로 버리고
울릴 듯한 울릴 듯한
징이나 되어서
마음껏 그대나
그리워 하자


그대 보려는
발돋움으로
돌이 되어도
용솟음으로
엉클어지는
숨결이 되자


시작도 끝도 없이
천역살로 온 그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나기도 하면서
끝까지 이렇게 걸어가 보자.
......................................

'명시 감상 3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초혜... 사랑  (0) 2010.05.19
김초혜... 사랑굿 9, 10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7, 8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5, 6 (두 편)  (0) 2010.05.18
김초혜... 사랑굿 3, 4 (두 편)  (0) 2010.05.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