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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

이것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아니, 버티기...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 소리가 등줄기를 따라 흐르며 잦아든다. 숨소리도...
솨아아...꽃향기 흙비린내 뒤섞인다.
산듯한 봄바람이 흔들고 지나간 목줄기는 말라들어가고

송글송글 빗방울이 탁탁 튀어오르자

우수수 꽃 진다. 수북하게 쌓인 꽃잎 위를 다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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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

요즘들어 부쩍 불편해진 화장실 용변 보기
힘겹게 일을 마치고 손을 씻다가
문득, 언젠가 내 스스로 뒷처리조차
말끔히 못하게 되는 순간을 맞게 되면
삶이 무척 서러워지겠다 싶었다.

우선 그때까지는 깔끔하게
뒷처리를 하겠다 마음 먹으며
손이 벌개지도록
씻고 또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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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 연습실에서

거미줄


                       강미정


거미줄이 심하게 흔들린다, 기다려야 한다, 거미줄이 심하게 퍼덕인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거미줄이 심하게 헝클어진다, 아직은 좀더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심하게 흔들린 거미줄이 멈춘다, 심하게 퍼덕이던 거미줄이 멈춘다, 심하게 헝클어진 거미줄이 멈춘다, 거미는 심하게 흔들린 고통을 먹는다, 거미는 심하게 퍼덕인 고통을 먹는다, 거미는 심하게 걸려든 고통을 먹는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고통을 먹는다, 천천히 거미가 되는, 고통은 언제나 흔들린다, 흔들리는 고통은 언제나 배가 고프다, 배고픔에 걸린 고통은 언제나 달콤하다, 달콤한 고통은 언제나 골과 뼈를 빤다,


나는 걸려들지 않으려고 버둥거린다,

..................................................................

한 발씩 한 발씩 옮기는 걸음마다
서걱거리며 무너지는 서릿발


얼마나 걸었을까?
삭정이같은 이 길을 참 오래 걸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을
얼마나 가야 끝에 닿는지도 모르는 이 길을.


두려우냐?
검은 그림자는 은밀한 질문을 꽂고

나는 두렵지 않다고 짧게 잘랐다.


차마 외돌아 갈 수 없었던
내 고집스런 발걸음이 옳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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