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바람에게


                    문정희


어느 나무나
바람에게 하는 말은
똑같은가 봐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바람불면 몸을 흔들다가
봄이면 똑같이 초록이 되고
가을이면 조용히 단풍드나봐
............................................................

모두가 같은 색깔이 아니 듯,
그들의 이야기도 다 다르겠지.


봄이 되면 각양각색의 꽃이 피고 또 지고,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지.


오랜 시간을 함께 했건만
우린 왜 한 마음일 수 없는지...


어쩌면,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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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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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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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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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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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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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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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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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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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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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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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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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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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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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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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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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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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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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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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글쓴이 : 못난이 원글보기
메모 :

아, 이걸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ㅜ.ㅜ...

정신없이 일상에 쫓기다 보니...

다음 주에라도 꼭 가봐야 겠다.

 

유섶 카쉬 Yousuf Karsh (1908-2002)

 

그는 흑해 연안, 터키령의 아르메니아 공화국 말딘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그는 터키인으로부터의 박해와 수많은 대량학살을 목격했다. 전쟁터 속에서 은닉처로 숨어 들어가 숨죽이는 고요함을 경험했고,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으며, 17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사막을 가로질러 캐나다로 도망가기도 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슬프고 비참한 어린 시절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진 사물에 대한 시각은 인물의 눈을 통해 영혼과 마음을 바라보는 자질이 되었으며, 훗날 그가 인물 사진 작가로 활약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1933년 캐나다에서 초상사진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총독 부처를 비롯, 고관들과 가족을 찍기 시작해 자신의 스튜디오 문을 닫은 1992년까지 총 15,312명의 사진을 찍었고, 150,000장의 필름을 현상했다고 한다. 1941년, 카쉬의 후원자였던 캐나다 수상 맥켄지 킹의 주선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을 촬영했으며, 이 사진이 후에 <LIFE> 지의 표지로 발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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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김미선


그대
정말로 나를 사랑하신다면
지금처럼만 사랑해 주십시오


그대
정말로 나를 사랑하신다면
지금처럼 가슴으로만 사랑해 주십시오


그대 눈에 비치는
내 삶이 하도 아파보여서
그 아픔 잠시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나를 살아하지는 마십시오


애틋한 시선으로 사랑어린 연민으로
내 어깨를 감싸주는 그 손길은
언제인가 거두어지니까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뒤돌아 서면서
차츰씩 엷어지는 그런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지는 마십시오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10년을 하루같이 봐왔건만
나는 오늘도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어찌 같을 수야 있겠는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인데.
하지만 나를 좀 더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이 그리 큰 욕심인가?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픈 날,
마음마저 어지러워 더 힘든 날,
이런 상심도 언제나 혼자만의 몫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좀처럼 내 옆에서 자려하지 않는 딸...

푹 잠들기를 기다려 자고 있는 녀석을 몰래 끌어다가 팔베개에 눞혔다.

그러고는 얼른 마누라를 불렀다...

인증샷(팔베개 기념)을 찍으라고 강요했다... ㅋ.ㅋ...

 

아이고 이렇게 이쁜 딸이 또 있을까?

그리고 이 애타는 마음을 알기나 할지...^.^...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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