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으로 열리는 봄날의 동화(童話)
정원
봄은 아이들 시린 손끝에서 왔다
골목 안은,
어김없이 가위질 소리로 짤랑거리고
덩달아 온 세상 흰 밥풀꽃 가득한 뻥튀기 소리
와아, 골목 안 가득 풀려나오면
햇살처럼 환하게 웃음이 되는 아이들
달그락달그락 알사탕 같은 꿈들은 호주머니 속 숨겨둔
꽃망울처럼
시린 바람 끝에서도 붉었다
햇살에 투영되는 꽃무늬, 유리알 속엔
알록달록 봄을 틔우는 화원(花園)이 열리고
동네 골목골목 안은 그 화음에
구슬 같은 아이들의 눈빛으로 가득 채워지곤 했다
냄비, 헌 세숫대야, 그렇게 찌글찌글한 “찌글이” 아저씨는
아이들 입에서 동실동실 허연 엿가루의 봄날을 띄우고
봄바람에 갈라 터진 손등, 닳아빠진 소매 깃엔
이따금 춘삼월을 어루는 흰 조팝꽃 같은
이른 봄빛이 마구 피어오르곤 했다
골목 길,
아이들 하나 둘 길 위에 비워지고
전등불 스윽 노란 개나리꽃 한 다발 피워낼 즈음
봄날은 그렇게 장난기 많은 얼굴로
아이들의 긴 그림자 꼬리를 물고 서 있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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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운 하루 해가 저물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좀 덜 분주해지길...
아니, 내일 하루쯤은
햇살 가득한 봄 볕 맞으러
골목길이며, 들판이며, 언덕 길을
한가로이 걸어보면 좋겠다.
지난 기억 한 자락 둘둘 말아 배낭에 담고,
꽃 비 맞으러, 꽃 바람 맞으러
설렁설렁 걸어 다니면 좋겠다.
내딛는 걸음마다
꽃 눈이 펑펑 터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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