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에 폭설이 쏟아지고, 기온은 영하를 기록하고...

9월 푹푹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맑은 날을 찾아 볼 수가 없는 이상한 날씨가 계속 이어져

이젠 봄, 가을이 없어시나 했던 9월말 가까운 어느 날...

 

밤새 비가 쏟아졌던 어느 날 아침,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까지 맑게 보이던 날...

난 구름이 좋다. 그래서 바로 그날 꼬박 한 시간을 서서 구름 사진을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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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도권에서만 산 지 꽤 오래됐는데... 이렇게 거센 바람은 처음이었다.

베란다 창문이 터지기 직전까지 휘었고... 사방에 무엇인가가 날아다니고 동네 한 켠에선 불이 번졌다.

그일이 있고 일주일 후...

우연히 내다 본 창밖 뒷산의 풍경...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손을 댈 수도 없어, 가지가 모두 부러진 채로 이리저리 흩어져 쓰러져 있는 나무...

참, 새삼 그떄의 공포가 떠오른다...

젊었을 때는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 100배에 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돈이 없네...


나이가 들었을 때는
돈이 모아졌겠지만
돈으로 살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거의 사라져 버린 상태이지...


이것이 인생이라네...

 

                                 - 마크 트웨인 -

 

 

작년 할머니가 떠나신 후,

이사를 했고, 주변엔 여러 일들이 참말 많았다.

그 중, 유난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이별이 많았다.

 

이제 우리가 그럴 나이가 되었나 싶기도 한데...

어쨌든 계속되는 갑작스런 이별은 그때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며칠 전 13년 동안 불편한 몸으로 버텨오시던 외삼촌이 끝내 돌아가셨다.

외숙모와 사촌들에게 '그동안 애쎴다고, 고맙다고...'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너무 뜻하지 않은 이별이 많았다.

우리 모두 어차피 언젠가는 영영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겠지만,

이제 이별은 당분간 없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가슴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

새벽공기가 많이 시원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 반가웠던 날

 

 

너무나 복잡한 도시 풍경과

너무나 한가롭고 평온한 새벽녘 하늘이

저 멀리 보이는 산을 경계로

그리고 옅은 잿빛 구름을 사이에 두고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동안 북적대던 내 블로그도 조용해졌다.

관리에 소홀한 탓도 있을테고, 어디론가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떠난 이도 많아서겠지만...

어쨌든 이 조용함을 당분간 즐겨야겠다...

(아마도... 이 상태를 지속한다면 방문자는 결코 늘지 않을게 뻔하니까...^.^...)

 

 

    천상병 시인의 영원한 반려자 목순옥 여사가 별세했다.

 

 

 

 

언젠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포스팅하면서 목여사님 얘기를 올렸던 것이 기억난다.

 

 

모 문학회 시상식 자리에 참석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더니, 낯을 기억하시겠다는 듯,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꼭 잡으신다.

 

'선생님, 건강하시죠? ... 사실은 저도 '목' 가예요. ㅇㅇ이예요...'

 

금세 눈가가 글썽해진 선생님은 잡은 손에 힘을 더 주시면서 원망스럽게 말씀하셨다.

'에그... 왜 목가니...' '왜... 하필 목가니...'

나도 눈가가 뜨끈해졌던 기억, 선생님의 그때 얼굴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편안히 귀천하셔서 가서 아름다웠다고 천상병 시인과 말씀 나누세요...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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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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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남성 패션디자이너이고 세계 패션계의 거목인 앙드레 김이 8월 12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1935년 생인 앙드레김은 패션계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계의 거목이었기에

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은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그가 즐겨입었던 순백의 의상과 '김봉남' 이라는 그의 본명, 외국어를 많이 쓰는 독특한 어투 등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만큼 하나의 문화계 아이콘이었기에 그의 부재가, 그의 빈자리가 이제 너무 커 보인다.

 

 

더구나 최고의 연예인만이 설 수 있다는 앙드레 김 패션쇼...

그의 열정과 그의 예술혼이 늘상 빛나던 그의 무대는 세계 문화계의 하나의 중심코드로 자리매김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앙드레김만의 디자인 스타일과 패션에 대한 열정은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 수준을 한단계 올렸음은 다시 재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앙드레김 선생님...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형면하세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2008년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무적함대 스페인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다시 만났다.

탄탄한 수비와 압도적인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 최강팀 독일을 1-0으로 잠재우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리게 된 스페인은

사상 첫 전승 우승의 대기록으로 월드컵을 차지하려는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를 맞았다.

 

 

로벤, 반데바르트, 스네이더 등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조직력, 개인 기량을 고루 갖춘 네덜란드의 전력은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돌풍의 주역 우르과이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은 두 팀의 경기는 박진감 넘치고 빠르게 진행됐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결국 연장전에 접어든다.

 

 

 

연장 후반 스페인 감독은 체력이 바닥나버린 다비드 비야를 빼고 장딴지 부상에서 채 회복하지 못한

스페인 최고의 골게터 토레스를 투입한다.

연장 후반 11분, 종료시간을 불과 4분여 남기고 네덜란드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패스를 받은 토레스는

칼날같은 패스를 네덜란드의 수비수 사이로 찔러넣고,

바람처럼 수비수 뒷공간을 가르고 들어가는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의 발 앞으로 정확히 떨어진다.

이니에스타의 강력한 논스톱 발리슛은 네덜란드 골키퍼의 손을 살짝 스치면서 골문 안으로 꽂힌다.

 

 

이니에스타는 윗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글귀를 새긴 속옷 골세레머니를 펼친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팀 동료 '다니엘 하르케'를 추모하는 글이었단다.

 

(스페인 우승의 두 주역, 골키퍼 카시아스와 푸욜이 환호하고 있다.)

 

이렇게 길고 긴 120분간의 혈투는 스페인의 1-0 승리로 끝나고, 스페인 선수들 모두는 펄쩍펄쩍 뛰며

그라운드로 미친듯이 달려나왔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자리에서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했다.

 

 

그 감격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가슴이 뭉클했다.

그들의 벅찬 환호와 뜨거운 눈물은 보는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제는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는 이번 아프리카대륙의 첫 월드컵인 남아공월드컵을 열게 한 장본인이며

세계평화의 상징인 전 남아공 대통령 만델라 내외가 참석을 해서 그 의미를 더했고,

라틴음악 최고의 가수 샤키라가 폐막식의 자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룬 대한민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을 비롯한 32개국의 세계 최고의 축구대표팀이

30여일간의 대장정을 끝내는 자리는 참으로 멋지고 화려했으며 감동적이었다. 

언젠가는 우리도 저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에 우뚝서서 감동을 누릴 그날이 올 것을 꿈꿔본다.

2002년에 그랬듯이...

오늘 이 월드컵 축제는 끝나지만, 우리는 또 다시 있을 내일의 축제를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을 또 마음껏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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