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


뜨겁지도 맵지도 않은 아침 햇살이 천지에 번지고
햇발아래 푸르름은 끝없이 짙어만가고
생명의 해답일지도 모르는 초록 사이사이에서
각양각색의 꽃폭죽이 사방에서 연이어 펑펑 터진다.


한들한들 꽃을 흔드는 꿈결같은 바람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심장이 콩쾅콩쾅 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연이 그리고 생명이 주는 설렘은
조화롭고 완벽하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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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선 나무
           

                  유경환


나무 위로 바람 없이
날아 오르는 꽃잎을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뾰죽탑 위로 바람 없이
오르내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끝
아이가 턱에 걸고 있다.


날아오르는 일이
가장 하고 싶던 갈망이었음을
뉘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었던 때


꽃잎보다 구름보다 높게
전봇대만큼 키 크는 꿈을
대낮 빈 마을에서 아이가 꾼다.


그 아이는 지금껏 혼자인
늙지 않으려는 나.
.........................................................


그땐 힘든 줄 모르고
뒷산 가파른 언덕배기를 한달음에 뛰어올랐지.
네 활개를 펴고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서야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겨우 달랬지.


한가로운 흰구름 듬성듬성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며
콩닥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없이 살 거라 다짐했지.


향긋한 풀내음에 잠깐 눈을 감았고
나른한 풀잠에 푹 빠져버렸지
심술궂은 봄볕에 새까맣게
그을리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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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가도 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무인(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 가도 무인지경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

간밤의 세찬 비바람에 말끔히 씻긴 하늘


본디 여린 것의 온유(溫柔)와
본디 맑은 것의 순결(純潔)와
본디 푸른 것의 순수(純粹)와
본디 밝은 것의 진선(眞善)


세상 끝이 보일 듯한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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