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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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지도 맵지도 않은 아침 햇살이 천지에 번지고
햇발아래 푸르름은 끝없이 짙어만가고
생명의 해답일지도 모르는 초록 사이사이에서
각양각색의 꽃폭죽이 사방에서 연이어 펑펑 터진다.
한들한들 꽃을 흔드는 꿈결같은 바람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심장이 콩쾅콩쾅 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연이 그리고 생명이 주는 설렘은
조화롭고 완벽하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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