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용혜원


늘 내 마음에 곱게만 다가오는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늘 그리운 너를 안고 싶어
가슴이 저려오는데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잔잔하던 내 마음을 흔들어 놓다가
가면 뒷걸음치고 달아나는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멀어지면 슬며시 다가와
내 마음의 빈틈에 찾아드는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사랑의 불꽃을 담고 있을 수 없어
마구 사랑하고 싶은데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네 마음에 내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데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제헌절 노래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삼백 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옛길에 새걸음으로 발 맞추리라

이 날은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다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

.........................................
기억을 더듬어... 노래를 불러봤는데...
마지막 소절의 멜로디가 좀처럼 떠오르질 않네요...
 
제헌절 아침...
 
옛적의 깊은 뜻... 인간을 도우신 하늘 뜻을 잘 살펴서...
법 집행하시고, 정치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1

                                     이생진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이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법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 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달치않는 진주로 살거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달도 그렇게 나를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 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속으로 산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트릴 수는 있어도
한모금의 물을 건질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서로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순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 것도 없이 돌아 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같은데 산을 떠나 매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 3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어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가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께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도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리운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 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리운 바다 성산포 5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독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갤 펴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낮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굽힌다 산은 푸른 치마를 걷어올리며 발을 뻗는다
육체에 따듯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이다
그릇 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 데서 더 깊은 데서 더 여유 있게 산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 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성산포에서는
그리움이 바다가 되고
고독과 마주하여 술잔 기울이고
슬픔을 떠나 보낼 수 있답니다...

올해는 꼭 가봐야겠네요... 근... 20년만에...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

 

무엇이 이토록 시린 그리움을 만들까요?

아무도 모르는 길, 아무도 볼 수 없는 길...

막막한 벌판 끝, 머나먼 부재의 저편을 향해

모래알 같은 이름, 물방울 같은 이름을

불러봅니다...

    거미줄

                                               손택수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

 

누구 하나, 누구의 자식이고 싶어 나온 이가 세상에 있을까?
보이지 않는 거미줄 같은 연이...
무선으로 이어져있다.
끈끈하다.

 

지금 발치에 누워 잠든 저들 중 그 누가 내 자식이고 싶었던 이가 있는가 말이다...

왜 내가 당신의 자식이냐고 물으면, 난 뭐라고 답을 해야하나.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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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인연처럼 사랑하기

 

                                         안근찬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모과향기 가득한 커피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벗꽃들 사이로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쳐가는 봄바람 같이
마음 가득 설레이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내 기도속에 떨구어지는 눈물속에 숨겨진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따뜻하고 편안한 연시(사랑글) 네요...

화려하지도 격정적이지 않고

소박하면서도 다정다감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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