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a Fabian - Lara Fabian 

 
 

어느 라이브 무대 동영상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던 것이 엇그제 였건만 벌써 수년이 지났다.

 

놀라운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매너, 멋진 외모와 풍부한 감정표현,

 

그녀는 분명 최고의 보컬임을 의심할 수없다.

 

어찌 그녀의 노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영어로 불러서인가 어딘지 모르게 그녀의 진한... 느낌을 다 싣지 못했다.

 

그래도 최상이다.

잠 못드는 밤의 연가

 

                                    김종목
 
1
창(窓)밖엔 스산한 가을 달이 이제 막 오동잎에 내려와 한 자로 쌓인다. 포롬한 달빛이 눈부시게 흐르는 이 밤, 베개는 끝없이 높아만 가고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 속 명도(明度)는 저 달빛보다 더 밝구나. 시나브로 도지듯 눈시울에 걸려오는 너의 그 고운 옷고름 속 희디흰 율감(律感)이 밤마다 해일(海溢)이 되어 나의 몸을 덮는다. 만나면 헤어지는 이치를 내 어이 모를까마는 너의 그 비수(匕首) 같은 언약이 때로는 그믐달로 내 가슴에 박혀 푸르르 푸르르 떠는 것을 잊을 수가 없구나.

 2

속절없는 세월도 바람지듯 떨어진다. 떨어져 멀리멀리 사라지듯 너도 또한 그러하냐. 그리움의 화살을 무수히 쏘다가 도리어 내가 맞아 쓰러지는 몰골이 처량하지도 않느냐. 저 무심한 달빛은 낭랑히 너의 얼굴로 떠오르지만, 마음 속 그 깊은 연(緣)줄은 차마 끊을 길이 없구나. 미나리 같은 풋풋한 너의 귀는 다 어디로 떠나 보내고 나의 하소연은 어이 듣지 못하느냐. 아니, 너의 그 불씨 같은 밝은 눈은 어디에 묻어 두고 깜깜하게 꺼진 나의 가슴을 녹 쓴 화통처럼 언제까지 놓아 두려느냐.

 3

부질없는 짓이다. 달도 기울고 만지면 시꺼먼 먹물이라도 뚝뚝 묻어날 어둡고 막막한 토방(土房)은 그대로 감방이 아니냐. 삼백 예순 다섯 날을 열 번 백 번 곱하여 잠 못 든대도, 이미 떠난 마음을 어디에서 만나랴. 낙엽 지는 소리가 갈기갈기 찢어져, 밤마다 아픔으로 다가와 깊디 깊은 소(沼)를 만든다. 내가 누운 이대로 그대 있는 곳으로 낙엽지듯 떨어져 한 소절 음악이 되거나 달빛이 되거나 어둠이라도 되고 싶구나.

 4

눈 먼 기별을 기다리는 가슴에 어두운 비가 내린다. 눅눅히 다가오는 그리움은 이제는 보이지 않고 내가 나를 면벽(面壁)하고 밤을 지샌다. 후둑후둑 떨어지는 흐느낌은 다 가라앉고 오금이 저리도록 불타는 아픔도 이제는 다 삭아 손끝으로 헤집으면 그대로 재가 될 그림자만 남았다. 오로지 불념(佛念)에만 이내 몸을 맡기고 사리로 앉은 나의 마음도 ------, 아아 어느 새 제방(堤防)이 터지듯 강물이 되어 너에게로 끝없이, 끝없이 흐르는구나.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김정한

 

사랑하는 당신이 내 곁에 있어도
늘 당신께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살아갑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나면
그 끝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것 같아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당신때문에 슬프다고 당신때문에 아프다고
당신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그 말의 끝이 두렵기에
슬프다는 말을 아프다는 말을
힘들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늘 이렇게 당신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말을 아끼며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마음조차 아끼며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당신과 나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서
영원히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
당신께 말을 아끼며
사랑한다는 말 조차 차마 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

 

곁에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한 말...

어쩌면 내 이기와 욕심으로 비워내지 못하고

가둬두느라, 채워두느라 말문을 닫은 것임을...

언젠가는 헤어짐을 언젠가는 잊혀짐을...

영원한 것은 없음을 ...

왜 어리석은 나는 지금은 모르는 것인지...

모른척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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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김남극

 

간장 냄새에 발이 푹 빠지는
장독대 뒤
꽤나무꽃 피었다.
살결이 쉽게 짓물러
미간을 스치는 바람에도 떨어져
막 잎 내미는 무잔대
잔 손 속으로 포갰다.
댓돌에 앉아
단지를 열고 고추장을 푸는 어머니
근육도 말라붙은 종아리를 보다가
청춘의 향기와 빛깔이 뒤란 가득 술렁이던 시절과
한순간 지는 꽃잎 따라
울컥 울음이 나던 시절을 생각하다가
집안에 들어와
오래된 횃댓보를 펼쳤다.
매화나무는 근육질인데
꽃은 엉성하고
그 위에
어슬픈 꾀꼬리 한 마리
가래 섞인 울음소리 들린다.
다시 결 따라 접어놓고
엉덩이가 시린 방바닥에 누웠다.

봄햇살은 마당가에서 낄낄거리며 자기들끼리 놀다가
슬레트 지붕 위로 올라간다 .
어둠이 문지방에 들었다.
꽤나무꽃 밤새 꿈 속에서
횃댓보 가지런히 결 따라 진다.
수(繡)마다 보풀 인다
마음을 건너 어머니에게로 가는
부풀이는 수(繡) 자국들

 

 

봄날 2

                                   김남극

 

햇살 깔깔대며 양철지붕을 구르는 봄날
할머니들 식은 밥덩이처럼 모여 앉아 감자 눈 딴다.
건네는 말소리에선 가끔
지난 겨울 강가 얼음이 천둥처럼 갈라지던 소리들
연일 내리던 눈발이 뒤란을 서성이던 소리들
솔가지 위 눈덩이 사소한 바람에 쏟아지듯
수화기에서 쏟아지던 자식들 물기 묻은 목소리들
비명 길게 끌며 골짜기 끝을 지나 산으로 치달리던
설해목 쓰러지는 소리들, 그렇게 마른 별처럼

진 노인네들 요령소리
이따금 황사 따라 감감하면서 가슴 막히게
두런두런

초승달 양철지붕에 내려 앉히는 소리 속에서
감자 씨눈 트는 소리
잔설 그림자 기웃거리는 개울물 소리 속에서
피라미 지느러미 터는 소리
소리가 소리를 끌고
또 소리를 끌고 ...

..........................................................................

 

인간내면의 풍경화 시인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김남극님의 시입니다.
따스하고 온화한 봄날 풍경이 어딘지 모르게 어느 한녘이 서늘하고 소슬함을,

우리의 삶 어느 한 녘이 언제나 그러함을,

어찌 이리 잘 그려낼 수 있을까요?

강원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을 보니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어느 숲길을

터벅터벅 걷던 내 뒷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떨 림 

                       강미정
        

-그대에게-


젖은 수건 속에 오이씨를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두었죠  

촉 나셨는지 보아라,

싸여진 수건을 조심조심 펼치면 

볼록하게 부푼 오이씨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

입을 반쯤만 열고 있었죠

촉 나시려고 파르르 몸 떠는 것 같아서 

촉 보려는 내 마음은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조심조심 수건을 펼쳤던

저의 손은 또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촉 나셨는지 보아라,

아부지 촉 아직 안 나왔슴더,

빛이 들지 않게 얼른 덮어 둬라,

빛을 담기 위해선 어둠도 담아야 한다는 것을

한참 뒤 나중에야 알았지만요 

그때는 빨리 촉 나시지 않는 일이 

자꾸만 펼쳐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오래 들여다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촉 날 때까지 걱정스레 내 마음을 떨었죠 

....................................................................

 

기다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조심스럽고 조바심나는 일인지...
기다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아파야 했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워야 했는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는 것을...

 

하지만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인지..

 

어쩌면 모든 게 이대로 머물 수도 있어.
아마 파울라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홀로 하늘에 떠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내려올지 몰라.
어쩌면.
하지만 인생이란 종종
눈송이와 같지.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돌며
언제까지나 바닥에 내려앉지 않을
것처럼만 보이는.

사실은 이래.
어떤 눈송이든 언젠가는
땅에 떨어져.
알고 보면
삶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따분한 시간들도 어느 날
따분하지 않게 돼.
외로움이 짐을 꾸려 자기가 살던
거친 들판으로 돌아가게 되면.
 
           - '파울라 날다' 본문 중에서 -

 골목길 
              
                   김수현


보안등 희미하게 켜진
골목의 끝을
쓸쓸하게 끌어 안고


골목 한 귀퉁이에
무너져 내린 내 머리칼은
마음속에 비석을 세운다


일상의 불빛들이
희끗희끗 칼날처럼 쏟아지고


발걸음 멈추어 버린 내 발바닥은
온 밤을 쓸어 모은다


막다른 끄트머리 그곳에서...

....................................................
 
골목의 끝...

머리칼의 끝...

생의 끄트머리에서...

날카롭게 살갗을 저미는 바람맞고...

발걸을 멈추고 서성대는...

기다림 그 막막한 쓸쓸함의 끝,

좌절의 끝...

삶의 끝에서...

배회한다...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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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천재시인 윤동주 님의 시 입니다.


주옥같은 한마디 한마디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한 모퉁이에서 인생을 만나고 사랑을 만나고

영혼을 만나고 별을 만납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생각에 잠깁니다...


맑은 영혼의 노래를 듣습니다...
두고 두고 내 귓전을 맴돌아
영원히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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