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싶다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 둔 금 속에서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생의 행운일 것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 마주치기 어려워서이고,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어려워서일 것입니다.

욕심이겠지요? 그런 사람을 기다리는 것.
거짓이겠지요? 송두리째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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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BA...ABBA (1975/6)                         

 

원 앨범은 1975년 6월 75년도 발표곡만으로 꾸며졌었으나 CD로 재발매 되면서 73-78년 까지의 히트곡들을

모아 18 트랙으로 만들어진다. 언제 들어도 너무나 친숙한 곡들이다.

 

1. Mamma Mia
2. Hey,Hey Helen
3. Tropical Loveland
4. S.O.S.
5. Man In The Middle
6. Bang-A-Boomerang
7. I Do, I Do, I Do, I Do, I Do
8. Rock Me
9. Intermezzo No.1
10. I've Been Waiting For You
11. So Long
12. Waterloo
13. Hasta Manana
14. Honey, Honey
15. Ring Ring
16. Nina, Pretty Ballerina
17. Crazy World
18. Medley : Pick A Bale Of Cotton/ on Top Of Old Smokey/ Midnight Special

                

 

  ABBA... Super Trouper     

 

                                

1. Super Trouper 

2. The Winner Takes It All 

3. on And on And on

4. Andante, Andante 

5. Me And I 

6. Happy New Year 

7. Our Last Summer 

8. The Piper

9. Lay All Your Love on Me 

10. The Way Old Friends Do 

 

1980년에 발표된 이 앨범은 스웨덴의 자랑이었던 슈퍼그룹 ABBA의

8번째 앨범이자 대중적으로도 가장 히트했던 명반이다.

어느 한 곡 놓칠 수 없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가득한 앨범이다.

ABBA 정도의 레벨이 되고 나면, 대중적이니 상업적이니 하는 차원으로는

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어떤 불평섞인 비난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그네사, 프리다의 환상적인 천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늘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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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

 

                                 김선우


세상에서 얻은 이름이라는 게 헛묘 한채인 줄 
진즉에 알아챈 강원도 민둥산에 들어 
윗도리를 벗어올렸다 참 바람 맑아서 
민둥한 산 정상에 수직은 없고 
구릉으로 구릉으로만 번져 있는 억새밭 
육탈한 혼처럼 천지사방 나부껴오는 바람속에 
오래도록 알몸의 유목을 꿈꾸던 빗장뼈가 열렸다 
환해진 젖꽃판 위로 구름족의 아이들 몇이 내려와 
어리고 착한 입술을 내밀었고 
인적 드문 초겨울 마른 억새밭 
한기 속에 아랫도리마저 벗어던진 채 
구름족의 아이들을 양팔로 안고 
억새밭 공중정원을 걸었다 몇번의 생이 
무심히 바람을 몰고 지나갔고 가벼워라 마른 억새꽃 
반짝이는 살비늘이 첫눈처럼 몸속으로 떨어졌다 
바람의 혀가 아찔한 허리 아래로 지나 
깊은 계곡을 핥으며 억새풀 홀씨를 물어 올린다 몸속에서 
바람과 관계할 수 있다니! 
몸을 눕혀 저마다 다른 체위로 관계하는 겨울풀들
풀뿌리에 매달려 둥지를 튼 벌레집과 햇살과
그 모든 관계하는 것들의 알몸이 바람 속에서 환했다

더러 상처를 모신 바람도 불어왔으므로
햇살의 산통은 천년 전처럼

그늘 쪽으로 다리를 벌린 채였다
세상이 처음 있을 적 신께서 관계하신
알 수 없는 무엇인가도 내 허벅지 위의 햇살처럼
알몸이었음을 알겠다 무성한 억새 줄기를 헤치며
민둥한 등뼈를 따라 알몸의 그대가 나부껴 온다
그대를 맞는 내 몸이 오늘 신전이다

.......................................................................

 

그녀의 감각적인 시어를 따라잡으려면
늘 한 번씩 다시 되새김질 해 곱씹어야 한다.
한 번 훑고 지나가서는 아랫도리만 부풀어 오를 뿐
그 감각을 제대로 깨우지 못한다.

 

한 번은 시작이라서 짧고 강하게...
두 번째 쯤에 제대로 힘을 써 볼 요량이라면
한마디 한마디 끊어보아야 한다.

서서히, 찬찬히, 세심히, 가만히 가만히 살펴야 한다.

 

오늘 그녀를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마주해 봐야겠다...

 

잠시 덮은 눈거풀 위에 민둥산 새하얗게 펼쳐진 억새밭이 아릿하다.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맘 캥기는 날


                         김소월


오실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아도
맘 캥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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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장

 

                                        고창환


선인장이 사막 식물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인장이 또한 목마른 식물이란 것은 아무도 모른다.
목마른 것들은 모두 거칠어진다.
내심 감춰둔 열망이 깊을수록 온몸의 가시는 무성해지는 법
마른 목구멍의 갈라지는 틈새는 뜨거웠던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기실 모래바람 자욱한 세월 속에선 속으로 키워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선인장이 붉은 꽃잎을 피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갈증을 참아야 하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 향기가 세상을 진동하려면 몇백 번의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하는지.

.......................................................................................

 

요즘 베이징에서 피와 땀을 쏟으며 각 종목에서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젊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적어도 그들의 모습에서 한가지 진리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도전정신과 열정과 패기가 너무 아름답다는 것,

그들이 그 순간을 위해서 쏟아낸 땀과 눈물과 노력이

감동, 그 자체임을...

 

어쩌면 저것이 삶의 의미임을...

그토록 매운탕이 먹고 싶으냐

  

                                          이외수
  

낚시의 달인처럼 행세하던 놈이

막상 강에 나가니까

베스와 쏘가리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떤  멍청이들은

그 놈이 월척을 낚아 올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못한 채

매운탕을 끓일 준비를 한다

아놔, 매운탕은 뭐

자갈에 고추장 풀어서 끓이는 거냐

냄비에 물 끓는 소리가 공허하면서도 시끄럽다

 

 

그토록 매운탕이 먹고 싶으냐 2

 

                                          이외수

 

시끄러운 냄비 물 끓는 소리에,

자꾸 반복되는 헛물질에,

이제는 낚시 바늘로 엉뚱한 사람 잡아채려하니,

화가 안날수가 없겠지요.

그런데 자꾸만

[내가 뭘 잡으려 하는지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다.]

[나는 소시적 1미터짜리 미꾸라지도 잡은 사람이다.]


이러니 그만 낚시터에서 나가라는 소리가 안나올리 있나요.

...........................................................................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는 늘상 노코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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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 지

 

                        서정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먼 하늘 노을지는
그 위에다가
그간 안녕이라는 말보다
보고 싶다는 말을
먼저 하자.

 

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아련한 노을 함께 보기에 고맙다.
바람보다,
구름보다 더 빨리 가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
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

......................................

 

커피 한 모금에

햇살 한 줌 건내주는,

보잘 것 없는 한 줄 글귀에

수정같은 미소 건내주는

아름다운 사람아...

 

고맙다. 이 편지를 읽어줘서.

정말 고맙다. 곁에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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