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연애


                                   윤성택


백사장 입구 철 지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얽매여 군데군데 찢겨진 채였다
기어이 그녀는 바다에 와서 울었다
버려진 슬리퍼 한 짝과 라면봉지,
둥근 병 조각조차 추억의 이정표였을까
해질 녘 바위에 앉아 캔맥주 마개를 뜯을 때
들리는 파도소리, 벌겋게 취한 것은
서쪽으로 난 모든 창들이어서
그 인력권 안으로 포말이 일었다
유효기간 지난 플래카드처럼
매여 있는 것이 얼마나 치욕이냐고,
상처의 끈을 풀어준다면 금방이라도
막다른 곳으로 사라질 것 같은 그녀
왜 한줌 알약 같은 조가비를 모아
민박집 창문에 놓았을까, 창 모서리까지
밀물 드는 방에서 우리는 알몸을 기댔다
낡은 홑이불의 꽃들이 저녁내
파도 위를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그녀가 잠든 사이, 밖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처럼 바람이 불었다
꺼질 듯한 모닥불에 마지막으로
찢겨진 플래카드를 던져 넣었다

.................................................................

 

언젠간 끝날 거라는 걸 알아.
우리 사랑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도
하지만 난 믿을 수가 없었어.
우리 헤어져야 하는 것.


사랑이 이런 아픔이란 걸 왜 내게 말해주지 않았니
우린 지금껏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니
끝이 보이는 이별 앞에서...


간밤에 꿈처럼 짧은 만남이었지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는 시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게 그 시간들...
너를 정말 사랑해...

 

('지독한 사랑'  - 목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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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명 : 2009 안숙선 & 장사익 송년특별콘서트

▣ 부 제 : 우리의 소리, 희망의 소리

▣ 일 시 : 2009년 12월 1일(화), 2일(수) 오후 7시30분

▣ 장 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R석 13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C석 2만원

 

오복 (五福)이란...


전통적인 관념으로 전해내려 오는 오복(五福)이란 말이 있다
즉, 일생을 통해 다섯가지 福이란 무엇인가 하는 얘기...


첫째는 수(壽)

오래오래 죽지않고 천수(天 壽)를 다함이 복이다


둘째는 부(富)

남에게 손해를 끼지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으며,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물을 소유함이다


셋째는 강령(康寧)

강(康)은 육체적 건강을 말하고,
령(寧)은 마음의 건강을 말하는 것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넷째는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는 일상적 태도로서, 남에게 늘 주는 연습을 하고 남을 도우려 애쓰며
건전한 마음과 평온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종명(考終命)

일생을 깨끗하고 건강하고 덕을 좋아하며 주변에 많이 베풀고 적당하게 오래 살아
마지막 죽음에 임해 고통없이 평한 모습으로 생을 마치는 일이다.

...............................................................................................

맞다... 오복...

 철길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쇠덩어리가 이만큼 견뎌 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끊어 오름을 적셔 주었다


무너져 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벼텨온 것은
그 위로 밟고 자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짖누르는
답답한 것이였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찿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 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 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방면으로 그리고 수원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폼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 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치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 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을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자욱이 된다.
.................................................................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시간이...

 

내 곁을 휙하니 스치고 지나가고선

바람처럼 자취없이 사라져 버려

지금 이곳엔,

고요와 침묵, 그리고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계속

이 길을 따라 걷고 있었구나.

 

내가 이 길을 걷고 있었던 것조차 모른채로

마냥 걷고만 있었구나.

 

주변조차 제대로 돌아볼 새도 없이

그냥 계속 걸어왔구나.

 

그저 그렇게 스쳐갔던 이,

새로 만났던 이,

헤어졌던 이의 이름도,

얼굴도,

간혹 맞잡았던 손의 온기도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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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幸福)


                        허영자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바위틈새 같은 데에
나뭇구멍 같은 데에


행복(幸福)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

 

언젠가 들었던 우화같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


인간을 불행에 빠뜨리기 위해
인간에게서 행복을 빼앗아야만 했던 사탄들...


그들이 찾아낸 바로 그 곳!

어리석은 인간들은 영원히 절대 찾아내지 못할
행복을 꼭꼭 숨겨둘 은밀한 장소


바로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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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음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 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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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

가을이 이미 이렇게 깊은 줄도 모르고
달력이 이제 겨우 한 장 더 붙어 있는 줄도 모르고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매년 오는 가을이 올해는 유난히 참 많이 깊었다.

내 얼굴도 그리고 내 마음도 참 많이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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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원제 L'Ange disparu) 국민서관 그림동화 105

막스 뒤코스 글 ․ 그림┃길미향 옮김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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