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위하여
안도현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
내 마음을 알아주기 바란 적 없고
빈 가슴 한 구석 채워주기 기대한 적 없고
부족한 지혜를 구한 적 없고
가슴의 상처를 부끄러워 한 적 없다.
바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했으므로
하늘을 보기를 바라고
귀 기울이기를 바라고
노래하기를 바라고
함께 걷기를 바라고
곁에 있기를 바라던 것
바라는 것은 모두 욕심이었다.
'명시 감상 6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정희... 비망록 (0) | 2014.09.04 |
---|---|
손택수... 아버지의 등을 밀며 (0) | 2014.09.02 |
오세영... 바닷가에서 (0) | 2014.08.25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0) | 2014.08.25 |
홍정순... 철물점 여자 (0) | 201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