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을 두 번 우리다
심재휘
녹차 잎을 우려내는 동안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였습니다
작은 봄 잎 같고
잎에 떨어지는 빗물 같은 여자
둥굴게 말려있던 그녀가 꼭 쥔
주먹을 펴 나에게 내밀자
내 손은 어느새 늙었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가을 해는 금방 남루해졌습니다
차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도
순식간에 저무는 것들
나는 따뜻한 물로 식어버린 찻잎을
한 번 더 우립니다 생각에 잠긴 것처럼
찻잎들이 잠시 일었다가 가라앉는 사이
내 사랑은 한없이 엷어졌습니다 어느덧
물 같은 당신에게 갇혀버렸습니다
..................................................................
사람의 인연이란 게
늘 그렇지 뭐
다시 안 보면 그 뿐이고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시간도 그렇고...
하지만
그 인연이
그 시간이 쌓여서
내 삶이 되는데
언젠가, 어느 순간에
우리도 다시 만날 일이 없을 때가 오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때까진 우리 잘 지내자
웃으면서 서로 반겨 맞아주고
따뜻한 손 맞잡고
시린 등 다독여주고
진심 어린 칭찬의 말 건내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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