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병기 시/ 이수인 곡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

고사리같은 두 손 배꼽 아래 꼭 맞잡고

참새 주둥이 놀리듯 재잘재잘 이 노래를 불러대는

한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늘 이 노래와 '비목' 을 불러보라 했었다.

나도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무척 좋았다.

지금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적어도 40년 가까이 되었다.

이 노래를 몇 번이나 불렀을까?

이 노래를 언제 불렀던가?

 

밤 하늘의 별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생각해 보니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참으로 사랑스런 시(詩)다.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다.

저 하늘의 별빛처럼 아득히 멀어지는 옛 이야기이다.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애들 키우다보면 열 댓번은 족히 겪었던 일이지...

사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 사는 게 다 그렇지...

 

왜 그러냐고,
왜 참냐고,
왜 사냐고...


하루에도 열 두번씩
쓸데없이 쏟아내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


고단한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괜한 생각들
괜한 말들......


사실...
이유는 없지만...
우리 사는 거...
괜찮은데...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자면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 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 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도 있을 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냄새 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 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 바다를 건너가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래, 사랑을 하기 위해 살자.


그래도 외로울 때,
마음에게 편지 한 장 적어 보자


느리게 느리게,
천천히 천천히
기다리다 마음을 접고,
바라보다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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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ig 내한공연

 

장  소 :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일  시 : 2009년 10월 24일(토) 오후 7시
                  10월 25일(일) 오후 6시

 

 

Paul Gilbert    : Guitar
Eric Martin     : Vocal
Billy Sheehan : Bass
Pat Torpey     : Drums

 

 당대 최고의 뮤지션으로 결성시부터 엄청난 화제를 뿌렸던 그룹, Mr. Big

그들의 내한공연이 10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기타의 달인 폴 길버트 손가락 길이가 너무 길어 안되는 게 없는... 그래서 따라할 수 없는 기량의 소유자...

최고의 보컬리스트 에릭 마틴 그의 마술 같은 목소리는 매력 그 자체이다.

속주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최고의 베이시스트 빌리 시언,이게 베이스로 가능한가 할 정도의 엄청난 테크닉...

극강의 속주기타리스트 임팰리테리가 이끌었던 그룹 임펠리테리 출신의 파워드러머 팻 토르피 까지..

이런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이는 그룹이 앞으로 나올수 있을까?

'To Be With You' 등 수많은 히트곡과 앨범을 발표한 그들의 농익은 음악을 직접 들을 기회다.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허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불과 며칠 새, 밤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


어젯밤에 친구와 늦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지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 - 무엇보다 편안하고 즐거워야할 -
조차 즐기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별 것도 아닌 주변 잡다한 이야기들과
아무 것도 아닌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이제 내 생에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이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에게
마주 앉아 이렇게 술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지난 일 얘기 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바라만봐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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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8월 4주차 베스트셀러.xls

 

- 경제경영, 자기계발서가  대세를 이루던 작년과 달리 최근에는 가벼운 에세이가 최근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에세이/ 시

 

1위에 오른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는 달변가인 그녀 답게 주변 이야기들도 줄줄줄... 한 번에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14위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4위의 '바람의 딸...' 역시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다.

12위 고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은 장교수의 사망 이후 더 각광받고 있다.

 장영희 교수의 기존 책인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도 읽을 만하다.

17위 이외수 님의 '청춘불패' 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해학이 묻어난다. 재미있다.

26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43위 '배움' 46위의 '동행' (이희호 여사 저) 등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면 이 후 재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4위에 오른 고도원의 '꿈 너머 꿈' 은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엮은 책이다.

30위의 '참서툰 사람들' 은 '광수생각' 의 박광수씨 새로운 수필집이며, 33위의 '일기일회'는 법정스님의, 52위의 '인생사용 설명서'는 소설가 김홍신 님의 신간 에세이이다.

9위의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은 스펀지 양장으로 된 두툼한 책인데, 매일매일 좋은 글, 생각해볼만한 글을 묶어 놓은 책이다.

아직 순위에는 없지만 고두현씨의 '시읽는 CEO' 도 읽을만하다.

 

*소설

 

3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는 그녀 답게 역시나 약간의 눈물을 보태 읽게 되는 소설이다...

6위 공지영의 '도가니'는 읽지 못했지만, 평가는 대체로 양호했다...

13위 '승자는 혼자다' 는 '연금술사'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등의 소설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설가 파올로 코엘류의 두 권짜리 신작이다. 사놓고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

28위 '신' 시리즈는 '개미' '나무' '파피용' '뇌' '타나타노트' '천사들의 제국' 등으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의 소설로 총 6권이 완간되었다. 베르베르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있다.

난 현재 4권까지 ...

31위의 '브레이킹 던' 은 스테프니 메이어의 소설로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등 총 4권이고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로도 꽤나 인기를 끌었던 소설로 '뱀파이어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이다.

이 밖에 영화로도 인기를 끌었던 93위의 '더 리더'는  75위의 '연을 쫓는 아이' 순위에는 없지만 '벤자민버튼의 시간..'도 재미있다.

국내 소설가들의 소설도 꽤나 인기가 있는데...

15위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 23위 김별아의 '미실 (선덕여왕이야기)' , 40위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49위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47위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도 나름 재미있다.

교보문고 8월 4주차 베스트셀러.x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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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듣는 소리

 

                         최승범

 

호박잎 비 듣는 소리

휘몰이 장단이다.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목이 탄

푸성귀들은

신바람에

자지러진다.

.............................................................

우중충한 도심에서 맞는 빗소리와

자연 속에서 듣는 비 듣는 소리는 

그 느낌부터가 사뭇 다르겠지요.

 

연이어 슬픈 일을 겪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의지할 곳 없는 우리만 덩그러니 남게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한 세대가 지나가고 있음인데,

너무도 자연스런 일일텐데 말입니다...

 

마른 땅에 단 비 내리듯

우리에게도 기쁜 소식이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신바람에 자지러질만한 일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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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THE ROAD)/ 코맥 매카시 저/ 정영목 역/ 문학동네/ 11,000원

 

제발 이 책이 영화화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봐서는 안 될 이야기이기에...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내가 아는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지구에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 더 이상 이 땅엔 아무런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

아무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하루하루의 생이 한발 한발의 걸음이, 지나가는 길이 모두 의미없다.

지옥의 한가운데 던져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단 한 순간도 즐겁지 않으며,

단 한 순간도 여유롭지 못하며, 단 일분도 편안할 수 없다.

그들에게 내일은 당연히 없다.

그저 살아남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있을 뿐...

 

길을 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기에,

작가가 던져주는 우연한 행운 - 그것들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연명을 한다. -  조차 오히려 거슬리기만 한다.

결국 아들을 지키려 몸부림치던 아버지마저 죽게되고, 혼자남은 아이를 도저히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는지,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삶의 희망을, 생의 불씨를 어렴풋이 되살리며 끝이 난다.

이 대목이 왜 이리 허망하고 어이없기만 한지...

 

어쨌든 이 책을 두 번 다시 읽을 일이 없겠지만, 제발 영화로 만들지는 말기를...

하지만 책으로는 한 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이 기묘한 마음은 도대체 무슨 심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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