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에게 새벽을 묻는다
심재휘
모든 나무가 세월을 짐 지고 있으니
새들은 어느 가지에서 울어야 하는가
초승처럼 휜 저녁의 가지에서 새들도
새벽에는 그믐의 가지로 건너갈 터인데
시간의 정처 없는 저 가벼운 몸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잠에서 깨어나
늪 속의 나무처럼 서러운 나이테를 세다가
나는 새벽에 이렇게 들었다
헛똑또옥 헛똑또옥
무엇에다 대고 쐐기를 박는 소리인가
未明의 소쩍새 우는 소리
날 밝으면 나는 오늘도
졸업장을 받으러 문을 나설 테지만
결국 이 밤의 집도 길이었다고 말할 테지만
아직 배우지 못한 이 절반의 어둠
어떤 표정으로도 지을 수가 없구나
생이란 그저 깊어가거나 낡아갈 뿐이라고
어둠과 밝음은 서로 다르지가 않다고
신문 넣는 새파란 소리 버스 지나가는 저 먼 소리
단단한데도 만질 수가 없구나
때론 햇살 속에 비가 오고 어딘가에선
죽은 나무에 날리는 버섯의 향기 그윽할 텐데
사는 동안은 정확히 말할 수가 없는 것일까
어둡고도 밝은 이것을 몰라
소쩍새에게 새벽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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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동요가 일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지러울 때
내 몸을 흔들어 깨워야 해.
내 마음이 평안을 잃고 머리 한 켠에서 풍랑이 일면
내 맑은 정신을 깨워 일으켜야 해.
뒤를 돌아보고 주저앉으면 안돼.
영혼이 길을 잃어 방황하는 이유는
낯선 세상의 길이 워낙 복잡하고 많아서야.
어딘가엔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지.
믿고 가야한다면 바로 지금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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