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박형준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
늦은 귀가...
깔끔히 목욕을 마치고 붉은 와인 한 잔 따라 놓고
식탁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순간 창 밖에서 번쩍 번개가 스쳤다.
후둑후둑 후두둑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곧바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벼락비가 닥쳤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고스란히 밖에서 저 비를 맞았을 것이다.
고맙다.
이렇게 평안히 안전하게 저 비를 맞을 수 있으니...
돌이켜보면 내 생의 시련과 시험은 항상
그렇게 지나쳐 갔다.
내가 겪어 낼 수 있을 때,
견뎌낼 수 있을만큼...
내일 아침은 분명 아주 말짱히 갠 하늘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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