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애타게 허위허위 손짓 하던 아버지의 모습에 잠을 깼다. 잠에서 깨어 아침 햇살을 볼 수 있음이 눈물 나게 고맙다. 이제 내가 영영 눈을 뜰 수 없어 내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떨치지 못하는 가위눌림을 어떻게든 이겨보고자 밤새 허위적거렸던가 보다. 온 몸이 아팠다. 버려진 아이는 늘 아비를 원망했다. 제 살길을 꾸리느라 아이들조차 돌보지 않았던 아비는 아마도 속으로만 저렇게 허망한 손짓으로 아이들을 꾸렸을 것이다. 그 마음을 이제 조금 이해하려 한다. 먹여 살리기 위한 흔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바람부는 날 떠나리라 흰 갓모자를 쓰고 바삐 가는 가을 궐(闕) 안에서 나뭇잎은 눈처럼 흩날리고 누군가 폐문에 전생애를 못질하고 있다 짐(朕)의 뜻에 따라 가야금 줄 사이로 빠져나온 바람은 차고 눈물이 맺혀 있다 떠나야 할 때를 알면서 짐(朕)이 이곳에 머뭇거리는 것은 아직 사랑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리워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이 가는 길을 탓하지 않으며 손금 사이로 흘는 일생을 퍼담는다 슬픔이 있을 것 같은 날을 가려 이 가을에는 떠나리라 .....................................................................
눈이 시리도록 푸른, 먼 가을 하늘
어디론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은 번거롭기만 하고 갈바람은 자꾸만 눈물이 흐르더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