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음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아는 자만이
사랑을 논할 것이다.
귀함과 중함을 구별하는 자만이
순간을 논할 것이다.
그 소중한 땀과 인내의 눈물을 아는 자만이
영원을 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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