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는  공항에서.. 아이를 무척 이뻐하던 이 분은

9일 동안 저와 한방 쓰신 보살님이십니다.

무당과 종교와의 중간역할 하시는 분이라 해야하나..

그 분들만의 생소한 언어(신내림..)에 말귀를 못 알아 들어 죄송했지만

9일 동안 제가 느낀 바로는 이 분도 천진불이었습니다.

 

 

 

여러 스님들의 대론對論 장소로 유명한 드레풍승원에

아이를 업고 순례 온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마음의 유전자란 보고 듣고 느끼고 자람,

그 정신의 이어짐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해보았습니다.

 

 

 

 

티벳탄의 손에는 마니차와 염주..

순수 티벳탄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습니다.

백거사 십만불탑 즉, 꼭대기 사방 벽면에 그려진 눈은

 세계에서 세 개 밖에 없다는..

 

순례 도중 늘상 그랬듯

작은 디카래도 카메라 들이밀기가 아이에겐

좀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천진불인 아이가 머나먼 이국땅에서

자신이 천진불로 보여지는 것 자체가 큰 보시인 걸 알면

어머니도 녀석도 그리 기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항상 모델이 되어 주는 데 대한 성의표시는

잊지 않았습니다^^

 

 

 

 

시가체 난전廛에서 만난 어린 엄마와 아기.. 꼭 닮았더랬음.

난전에서 일행들과 티벳장꾼들과의 일대 흥정..

결과는?ㅎ!~ 당연 한국 수요자가 압승^^

프로 여행객들인 보살님, 거사님 덕분에 저도 몇 개 샀습니다.

 

 

 

포탈라 궁 방문은 국경을 넘는 것처럼 여권도 보여주고

입장료도 비싸며, 방문시간도 허락 받는 등..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그런데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는 지라

자칫 고산증이 덧날 수도..

포탈라궁을 찾은 티벳탄 아이와 엄마입니다.

이 가족 모델은 아래에도 몇 컷..

..저는 꼭 현지인처럼 씩씩하며

현지식사도 잘 하고 그랬습니다.ㅎㅎ..

 

 

 

위의 아이와 가족..

한시간 반이란 주어진 시간 안에 포탈라 궁을 다 돌고

출구 쪽에 내려가다 말고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기한 듯 한 곳에 몰입하여 보고들 있는 모습이

천진스럽죠?

티벳의 모습은 '천진天眞(불생불멸의 참된 마음) '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민족인 것 같습니다.

 

 

 

세라 승원 입구에서 경전이 쓰인 '롱다'(바람의 말)라 해야하나

 타르쵸(불경이 쓰여진 깃발)라 해야하나..

(가이드의 정확한 말로는 롱다는 기도를 하며 뿌리는 오색 종이를

말함이며, 타르쵸는 티벳 산들과 신성한 곳 들에 걸쳐져 있는

모든 깃발을 일컫는 다는군요. 맞는지-.-)

아빠는 아이더러 잠깐 잡고 있어라는 데

이후의 장면은

나와 눈 마주친 아이는 사진 찍히는 게 부끄러워

그만 줄을 놓고 아빠 뒤로 숨고 맙니다^^

 

빨간색은 불, 열심히 사는 마음을 상징하구요.
노란색은 불교,  파랑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과
깨끗한 마음, 녹색은 산과 잔디 나무를 상징한대요.

 

 

  

 

이 아이는 내게 처음으로 스스로 모델이 되고 나서 돈을 달라고 한

약간은 자존심을 내세운 구걸방식을 보인 녀석입니다

새라 사원을 관람하고나서 내려오는 길에..

 

현재의 라싸와 티벳은 많은 한족의 사람들이

상권을 잡고 있으며,

티벳탄 장족은 굉장히 빈한한 생활을 한다기에

24시간 중국 군인의 감시를 받는 라싸시내에서 관광객도

이념적인 말을 조심해야하는 처지라

버스 안에서 가이드에게 장족이 누리는 상권은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중국 조선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족도 부자도 많고 상권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말이

티벳탄의 자존심인건지

중국 정부의 가림용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티벳탄이 자신들의 땅에서 잘 살기를 바랬습니다-.-

 

 

 

 

해발 4천9백5십이던가 산 정상의 전갈 닮은 암드록쵸 호수를 지나

(고산증의 극치여서 몸이 퉁퉁 붓고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팠음)

점심식사를 하고 나온 식당 앞에서 마주친

두 쌍둥이 아이들..

가지고 간 볼펜 등 선물을 가만히 내미니

받아서는 사탕일랑 호주머니에 집어넣느라 여념이 없네요^^

 

선물의 베품에 대해 줄곧 생각 했었는데,

결론은 그렇게 현금과 현물을 줘야 함이 옳다는 결론.

이유는 티벳에 가서 다들 느끼고 부대껴 보면

각자 답이 나올 듯..

 

 

 

 

 

 

이 아이들은 저를 굉장히 당혹하게 만든 녀석들입니다.

형제들인가 싶기도 했는데..

날씨가 악조건이었던 단 하루의 날에 보았던

마음을 무척 슬프게 했던 아이들로 백거사 앞에서

관광객들에 삥?? 뜯는 애들이라 해야 옳을 듯 싶습니다.

 

제가 제일 멍청해 보였는지

아이들은 나를 타깃으로 삼아

다리와 허리를 마구 끌어 안았습니다.

돈 달라고..

매몰차지 못한 성격이라 그래서 주었는데,

또 달라고..

또 주었더니 이번에 돈이 찢어졌다고

또 달라고..

당황한 마음에 버스에 타려하자 아예 꽁무니까지 잡고는..

하도  집요하길래 장족 기사님께 떼어달라 부탁했더니

못 보고 있다 놀란 기사님

아이들을 마구 야단치고..

.

.

티벳탄의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위의 오른쪽 여자아이가 자켓을 벗고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며 구걸을 하는 모습입니다.

먹던 과자종이를 구기면서..

제가 명청해 보이는지 집요하게 달라했지만

짐짓 모른 척하니

뒷좌석의 마음 약한 보살님이 한국돈 이천원을 차창으로 내미는 것을

제가 잽싸게 거두었습니다.

이 아이 역시도 '천진불이 왜 아니겠냐'마는

나름 제 속에서 이는 슬픔과 분노와 희망과 염원을 표출하는

저의 복합된 행동이었습니다.

 

구걸도 진실로 티벳탄의 자존심을 버리지 말고 하라는.....-.-

 

 

 

 

백거사를 지나 가는 길엔

갑자기 눈발이 휘몰아쳐 계절이 되돌려진 기분 이었습니다.

티벳도 파란 색깔이 있는 곳에는 봄의 한가운데였거던요.

세찬 눈바람에 아랑곳 않고 묵묵히 야크나 말로 밭을 갈고 있는

농부들이 제겐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시 눈이 멈추자 방문하게 된 민가의 아이들과 아버지 입니다.

 

 

 

 

그런데 동물들의 집인 마굿간 등, 1층을 지나 사람들이 사는

2층엘 올라 갓더니 저렇게 마당입니다.

마당을 빙 둘러 사방에 방들과 부엌, 다용도실 등등..

제라늄과 여러 꽃도 키우는 집.

식구들이 한방에 다 자는 지 가장자리 쪽으로  조그만 침대들이 여럿 놓여져 있고

평생 한 개의 이불로 지내는지

좀 그랬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습도가 거의 없이 쾌적하기만 한

티벳은 씻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아이러니인 것은

위와 아래의 아이들은 같은데

아버지는 바뀌었죠? 삼촌인가?

말 안 통했던 저도 알 수 없는 일이엇습니다.

엄마는 무지 예뻤는데,

나중에 어른 티벳탄 올릴 때 올릴까 합니다.

 

 

 

 

사원의 입구에서 경배하는 엄마 따라 같이 두 손 모으는 아이.

그림자 진 건물 밑이라 선명하진 않지만

아이의 천진스런 모습이 그대로 보이죠?^^

 

 

 

 

차마고도 길을 따라 계곡을 누비는 길에서 만난

민가의 아이들..

너무나 천진난만, 순진무구*^^*

차림새를 다른 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 꽤 넉녁한 집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포즈를 취하기 위해 손을 턱 밑에 갖다댄 것이 아님.

오빠와 잠시 떨어졌을 때 쑥스러워하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

옷에 달린 게 꼭 아기공룡 둘리 같죠?ㅎㅎ..

 

 

 

 

똘망똘망한 오빠모습.

의도 되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으로 찍혔는데

그냥~ 길가의 예쁜 꽃들 같이 보였음^^

 

 

 

 

포탈라 궁에서 저렇게 내려다보면

평화롭고 깨끗하기 그지 없는 라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참으로 맑은 날이었기에

그 맑음에 눈물 날뻔 했습니다.

 

 

 

 

 위의 포탈라 궁에서 만난 아이

티벳탄은 사원을 순례하고 내려오는 길, 혹은

거리에서도

나무에다 야크나 양 털을 매달면서 경을 외우며 기도 하더군요.

의미를 모르는 저는

'새들이 집 지을 때 물어다 지으면

새의 아기^^들이 참 폭신하겠구나' 생각했더랬습니다.ㅎㅎ..

무슨 의미로 털들을 나무에 걸치는지

한 번 알아보아야 겠습니다.

 

 

 

 

**

티벳을 다녀와서는 가열  혹은 신열 인듯

한주일 정도는 몸과 마음이 우울모드였습니다.

고산증이 있듯이 저산증도 나타난다고 하더라만

저는 제가 추구하는 근원적인 것에 대한 더한 갈증이었더랬습니다.

티벳을 다녀오고도.......

 

돌아오는 길에 인솔 스님께서

내년에 21일간 일정잡힌 여행에 같이 가려나 제게 물어보시길래

얼른 그러겠다고 대답할 정도로

제겐 티벳이 좀 강렬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여행 후 한주일이 지나고 바쁜 와중에도

통도사엘 갔습니다.

통도사 금강계단과 소나무..

(혹 안보신 분 계시면 꼭!~  보시고 느끼시기 바랍니다.)

다니러 간 모든 사람들은 금강계단을 뱅뱅 돌며

자신들의 기도와 염원을 오로지 담았지만,

저는

그저 망연히~~ 끝간데 없이 바라보다..

문득

'아!` 내가 본 티벳은 허상이자 한 뿌리로구나~~"

그렇게 느끼자

그간 제게 자리했던 우울함이 깨끗이 사라졌답니다.

(ㅎㅎ.. 믿거나 말거나..)

 

그러고는 또 바쁘게 두어주일 보내고

이제야 영혼에다 노크해봅니다^^

.

 .

.

 

차마고도 길을 따라 라싸로 돌아가던

길에서 만난 농가의 송아지..

인간의 아기들과 별반 다를 바 없죠?*^^*

.

.

.

 

티벳기행 1편을 '자연'으로 먼저할까 생각하다

티벳의 거대한? 자연, 그 위압감이 아직도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것 같아

슬슬 워밍업할 요량으로 나와 같은 인간,

그것도 어린 아이들의 천진함을

글의 물꼬라도 풀어 볼겸 먼저 모아 올려봅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점은

언제나

생명은 참으로 소중하며

유정情이던 무정情이던 내게 주는 가르침은

한결같다는 것.

 

저는 또 한 번의 여행에서

 사고를 방목시켜 영혼이 아주 조금 더 자유로워졌음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사는 날까지 가야될

저의 최종 목적지는 아마도 이 역驛 아닌가 합니다.

자유로운역驛...

*^^*

 

 

출처 : 나는 영혼을 적시며 서 있다
글쓴이 : 마야 원글보기
메모 :

 

 

 

 

 

 

 

국어학자이자 수필가인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님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1926년 충북 음성태생이신 고인은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문리과대학장과 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어원학회 초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58년 등단한 고인은 '병상기' '미리내' 등 다수의 수필을 발표해 한국문학상(81년)과 펜클럽문학상(93년), 수필문학상(2000년) 등을 수상했다.


 

국어학자로서 민속과 무속 언어에서 우리말의 기원과 민족의 정체성을 밝히는 연구에 매진하셨으며, 몽골어, 터키어, 만주어 등 알타이계 언어와 우리말을 비교연구한 [국어어원사전] 과 무당 300명을 인터뷰한 [한국무속인열전 (전6권)]을 내며 '무속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있다.

 


교수님 방송 보고, 강의 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고맙습니다, 선생님...  

교수님의 가르침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교수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빗방울, 빗방울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 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그렇구나, 우리 산다는 게...^.^...


수직으로 꽂히거나
혹은 그걸 수평으로 막거나
사선으로 흐르니 차라리
그 속도라도 좀 조절이 되겠지...


늘 그렇듯, 싸우는 사람들보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이 더 힘들다.


창밖의 빗소리가 요란하고 치열하다.
여기 저기 홍수 피해가 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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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롤스 내한공연 (New Trolls With Orchestra)

 

기 간 : 2009년 9월 12일(토) ~ 2009년 9월 13일(일)
장 소 :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시 간 : 12일(토) : 오후 7시
        13일(일) : 오후 6시

 

입장료

모시는자리(VIP) - 132,000원
으뜸자리(R) - 88,000원
좋은자리(S) - 77,000원
편한자리(A) - 66,000원
고른자리(B) - 44,000원

※모시는자리는 대관사 http://siwans.com 에서만 판매합니다.

 

주 최 : Sarf(Seoul Art Rock Festival)
주 관 : 시완레코드㈜
 ※ 만 7세 이상 (미취학아동 입장불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 김재혁 역/ 이레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 있기...

 

최근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책이라 별 고민없이 집어들었다. - 너무 예쁘고 멋지다. -

하지만 잇달은 실패작들 - 읽기 너무 힘들어서 줄창 붙들고 있다가 던져버린 비싼 돈을 주고 산 책들 -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집어들고 불과 서너시간만에 끝을 냈다. - 최근 일련의 사태에 비한다면 기적이었다 -

도입부에선 역시 시선을 끌고 흥미를 마구 유발시키는 뭔가가(?) 있어야 함을 가슴 벅차게 느끼면서,

그 느낌을 스물스물 공유하다보니,

- 얼마나 자극적인가?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 있기... -

심각한 역사, 정치 사회소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히려 중, 후반부는 상황에 비하면 덜 치열하게 씌여진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훨씬 더 치열하게 전개할 수 있었을텐데...

담담하게 사실을 적어내려가고 싶었을까? 어쨌든 장장 18년의 긴 세월을 누군가를 위해 어떤 일이든 

 - 여기서는 책을 읽어주는 일 - 할 수 있음은 그 자체로 경이롭고 기이하고, 대단한 일이 아닐까?

그 어떤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요소의 개입없이 그냥 사건만을 본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경험이 무척 부러웠고, 한사람을 위해 지속적인 행위를 사심없이(?) 했다는 순수함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실이 아닌가? 얼마나 인간적이며 순수하여 아름다운가?

오랜만에 달콤하고 구수한 향기가 가득한 소설 한 권을 읽어 뿌듯했다...

낡은 자전거가 있는 바다


                                                         손택수

 

외갓집 소금창고 구석진 자리에 낡은 자전거 한대가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었지만, 수리하면 쓸만하겠는걸.
아마도 나는 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지 쌩쌩 미끄러져 다녔을
은륜의 눈부신 전성기를 생각했는지 모른다.
논둑길 밭둑길로 새참을 나르고 포플러 푸른 방둑길 따라 바다에 이르던 시절,
그는 아마도 내 이모들의 풋풋한 젊은 날을 빠짐없이 지켜보았으리라.
읍내 영화관 앞에서 빵집 앞에서 참을성 있게 주인을 기다리다,
아카시아 향기 어지러운 방둑길로 푸르릉 푸르릉 바큇살마다 파도를 끼고 굴러다니기도 했을,
어쩌면 그는 열아홉 꽃된 처녀아이를 태우고 두근두근 내 아버지가 될 청년을 만나러 가기도 했으리라.
바다가 보이는 풀밭에 누워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썰물져 가는 하모니카 소리에 하염없이 젖어들기도 하였으리라.
그때 풀밭과 바다는 잘 구분이 되질 않아,
멀리서 보면 그는 마치 바다에 누워 즐겨 꿈에 젖는 행복한 몽상가로 보이지 않았을까.
첫사랑처럼 한 번 익히고 나면 여간해선 잘 잊혀지질 않는 자전거,
손잡이 위의 거울 먼지를 닦아본다.
거울은 오래 전부터 그렇게 나를 품고 있었다는 눈치다.
턱없이 높은 안장 위에서 페달이 발에 잘 닿지 않는다고 툭하면 투정을 부리던 철부지 아이를,
맥빠진 앞바퀴 뒷바퀴 타이어에 바람 빵빵 밤 늦도록 소금자루 같은 달을,
태우고 비틀대던 방둑길을......

................................................................

비틀비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던 기억이
바닷가 저편 바다안개 피어오르 듯, 새록새록 떠오른다.


널직한 논둑 길에서 아슬아슬하게 타다가
친구가 그만 뒤를 잡은 손을 놓쳐
모두 함께 도랑에 처박혔다.


나는 새로 산 친구의 자전거를 고장 내서,
친구는 집에 가면 혼날 일에
둘이 어쩔 줄 몰라하던 기억...


그렇게 마음 졸이고 있는데
둑방 위에 나타난 구세주!


고등학교 다니던 형님이 우리 머리통에 알밤을 한방씩 주고
30여분의 씨름 끝에 자전거를 고쳐냈고,
우리는 만세를 부르며 콩콩 뛰었다.


결국 나는 그날 이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두 가지를 배웠다.

 

계속 힘차게 페달은 굴러 앞으로 나아가려면
첫째, 앞을 똑바로 봐야한다는 것!
아래를 보거나 뒤를 볼 필요가 없음을...


그리고, 둘째,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랑의 노래


                               박재삼


사랑하는 한 사람을 찾는 그 일보다
크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보냐.
그것은
하도 아물아물해서
아지랑이 너머에 있고
산 너머 구름 너머에 있어
늘 애태우고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찾아 헤메는 것뿐
그러다가 불시에
소낙비와 같이
또는 번개와 같이
닥치는 것이어서
주체할 수 없고
언제나 놓치고 말아
아득하게 아득하게 느끼노니.
...............................................

바람결에 스친 듯
깜빡 잠자며 꿈꾼 듯
후다닥 소낙비 지나간 듯


한때의 사랑이
어제의 삶이
지나가버렸다.


열정이라도 조금 남았더라면 좋으련만


그렇게 커다랗고 소중하던
사랑의 불씨조차
가물가물 기억저편에만
별빛처럼 희미하게 깜빡일 뿐


바싹 마른 내 가슴엔
흔적조차 남아있질 않아서
허전하고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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